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성 아무개성당 (St. 000 Cathedral)

korman 2014. 2. 27. 14:04

백령도성당 김대건신부상.  사진출처 : 네이버블로그 가톨릭순교자의 길

 

성 아무개성당 (St. 000 Cathedral)  


우리나라에 세 번째 추기경이 탄생하였다. 해당 종교와는 무관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 그리 느끼겠지만, 종교와는 거리가 있는 나 또한 한국인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무엇이 되었다고 할 때마다 국격이 높아지는 것 같아 분야와 상관없이 마음이 흡족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새로운 추기경이 임명되면서 교황도 우리나라를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그간 인정을 못 받았던 순교자 다수가 ‘성인’의 바로 아래 단계인 ‘복자’라는 칭호를 얻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모두가 당시 사회에 대한 죄인이었겠지만, 지금도 전통이나 풍습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살아있을 때나 죽어서나, 국가와 국민에 해가 되지 않는 한, 어떤 방면에서 던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고 인정받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번에 동 종교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서, 나에게는 오랫동안 생각하여 오던 의문점 하나가 더 강하게 다가왔다. 지금 이 순간도 여러 매체들을 통하여 누구나 접하는 일이지만, 나 자신도 그간 국내에서 종교관련 뉴스를 통하여 혹은 출장을 다니면서 무수히 많은 성당을 접할 때 마다 서양의 대다수 성당들은, 동네 작은 성당 하나까지도 ‘성 베드로성당’처럼 ‘성 (Saint, St.) 아무개성당‘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지나치며 보아온 우리나라의 성당들은, 심지어는 우리나라 성당을 대표하는 ’명동성당‘까지도 ’성 아무개성당‘이 되지 않고 왜 대부분 지역이나 동네 이름을 달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을 보낸 백령도의 성당 앞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였다는 ‘김대건신부’의 하얀 전신석고상이 있다. 지금까지 그 사실 이외에 그의 석고상이 왜 백령도에 있는지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가 중국에서 조선에 들어오는 서양 신부들의 밀입국을 돕기 위하여 그들을 맞이한 데가 백령도라는 걸 알았고 이미 1984년에 성인이 된 것도 알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밀입국은 범죄인데 이를 어쩌나. 지금은 세월이 좋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누구에게 묻지 않아도 인터넷을 뒤지면 거의 해결이 된다. 그런데도 원래 종교에는 무관심한 나였기에 우리나라에도 ‘성인’이 있는지, ‘성 아무개성당’이 있는지 여부를 인터넷에서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국내에서 그런 이름의 성당을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교황청에서 인정한 성인이 없기 때문인 줄로만 착각하고, 국내에 성인이 없다 하더라도 그냥 ‘김대건성당’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만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 새 추기경과 ‘복자’로 추대된 분들에 대한 소식을 접하며 안 사실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성인’의 칭호를 받은 분들이 103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 아무개성당’이 전국에 최소한 이 숫자만큼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찾아봤더니 ‘성 김대건성당’과 몇몇 외국 성인 이름을 제외하고는 찾기가 어려웠고 대부분 동네나 지역 이름을 쓰고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성당이 있다. 그러나 그도 동네이름을 달고 있으며 그간 지나치며 바라본 많은 성당들의 문패에도 동네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물론 동네이름으로 지어야 사람들이 찾기 쉽고 정감을 느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개신교는 한 동네에도 교회의 숫자가 많아서 그런지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동네 이름을 쓰지 않으며 불교의 경우도 사찰의 위치 때문인지 지역과는 무관한 이름이 대부분인데 천주교 성당의 경우에는 한 지역에 한 곳 정도만이 있어 그런지 시설물에 동네 이름을 많이 붙이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어떤 곳에 사람 이름을 붙이는데 참 인색하다. 아마 지역주의가 강하게 작용하는 이유도 그 원인 중에 하나일 것이다. 지방자치가 되면서 그것이 더 심화된 느낌이다. 어느 나라나 지역주의는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과는 관계가 없는 종교의 성당이름도 꼭 동네 이름이 들어가야 할까 하는 데는 좀 다른 생각이 든다. 교황의 방한 및 ‘복자’ 임명과 더불어 올해가 천주교로서는 참으로 경사스러운 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참에 많은 성당에 우리나라 출신 성인들의 이름을 붙이면 어떨까? 성당 이름도 교황청의 승인을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기존의 지역 이름을 떼어 내기기가 어렵다면 ‘명동 성 아무개성당’ 혹은 ‘광주 성 아무개 성당’ 등 지역 뒤에 우리 성인 103명의 이름을 붙여도 좋지 않을까? 더 나아가 경상도 출신 성인의 이름을 전라도 성당에 붙이고 전라도 출신 성인의 이름을 경상도 성당에 붙인다면 지역타파의 초석을 놓는 계기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지나간 대통령들의 이름이 어디에건 쉽게 붙여지는 미국이 참 부러울 때도 있다. 만일 종교계에서, 비단 천주교가 아니라도, 지역주의를 탈피하는 이러한 이름 붙이기가 종교시설물에서 시작된다면 이것이 경상도에 김대중기념관과 동상이, 전라도에 박정희기념관과 동상이 생길 수 있는 시금석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너무 비약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하셨다하니...........
 
2014년 2월 26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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