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korman 2015. 7. 18. 18:01

 

 

     강제동원된 조선인이 많이 희생된 군함도.

 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2015년 7월 4일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되었다. 관심을 모았던 일본의 근대산업시설도 조선인 강제노동 표기 문제로 하루 늦게 등재되었다. 우리와의 협의 과정에서 일본 측에서는 ".......(조선인) 자신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로 일했다 (.......were brought against their will and foreced to work under harsh conditions).“라는 역사적 사실을 명기하는 것에 동의함으로써 등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 문구는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세계유산위원회에 그리 하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다. 이는 유산등재에 관한 우리의 외교가 성과를 이루었다고 해야 할 일인데 좀 잡음이 일었다. 일본정부의 정치적 이중성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있다. 지금 일본이 유산등재를 두고 딱 그 꼴이다. 등재가 되자마자 조선인 강제 노동을 두고 자신들이 약속하였던 영문표기인 forced to work에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외무상이라는 사람이 나서서 그 의미는 “일하게 되었다”라는 말이지 “강제로 노역하였다”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발언을 하였다. 물론 우리는 그의 말이 정치적인 일본 국내용 발언 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아무리 자국의 무마용 발언이 필요하다 하였기로 일본 외무상이라는 사람이 그리 자의적으로 번역하는 것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아무리 영어를 못한다고 하여도 외무상이라는 사람이 forced to work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유산위원회의 위원들과 유네스코에 속한 다른 나라들도 자국어 번역에 일본 외무상과 같은 번역을 하였을까?

 

자국의 외무상이 그리 해석해서 그런지 일본인들과 일본의 매스컴에서는 조용한 것 같다. 분명 일본에도 영어 못한다고 하면 서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외무상의 의도적인 오역을 지적하지는 않는지 그런 소식은 감감하다. 오히려 이를 두고 우리 쪽에서 우리의 협상팀이나 외교부를 나무라는 기사들이 있었다. 외교실패라느니 절반의 성공이라느니 등등. 처음 영문표기만 발표되었을 때는 외교적 성과니 협상성공이니 뭐니 해 가면서 칭찬하더니 일본 외무상의 고의적 오역이 나오자 잽싸게 우리 스스로를 물타기 한 것이다. 난 그 기사들을 읽으면서 역사적 사실을 유네스코에 일본어로 등재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에 등재하는 것도 아닌데, 또 그런 기사를 쓴 사람들도 forced to work라는 의미는 알텐데 일본인들로써는 당연한 일본 외무상의 의도된 오역에 우리 스스로를 깎아 내려야 하는지 마음 한구석이 허탈하였다.

 

내 어머니께서 생전에 쓰시던 말 중에서 누군가가 터무니없는 말을 하면 “삶은 개 턱이 웃겠다” 하셨다. 고사 지낼 때 쓰는 돼지 머리는 늘 웃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에 반해 보신탕용으로 삶아 놓은 개의 머리는 그렇지 않은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현으로 그리 말씀을 하셨다. 일본 외무상의 그 터무니없는 의도적 오역을 들으면서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났다. 예전의 기록되지 못한 역사에 대해서는 자국에서 필요한 대로 국제사회에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각종 문자로 분명히 기록되어 있는 역사적 사실을 자국에 편리한 대로 해석한다고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 줄까? 같은 영어 단어에도 다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자국어 번역에 forced to work를 일본 외무상처럼 뻔뻔하게 해석하는 나라는 없으리라 본다. 아니 외무상의 말보다는 그런 오역을 들으면서도 조용한 일본의 지식인들과 매스컴이 더 뻔뻔해 보인다.

 

일본인들은 헤어질 때 상대방이 민망할 정도로 인사를 여러 번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인사에 대한 진정성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사죄를 하는 독일에 비추어 협의, 기록된 사실조차도 감추려는 일본, 이것이 그 여러 번의 인사에 감추어진 그들의 참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면 두 손으로 자신의 두 눈을 감싸야 한다. 그렇게 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까?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마음이더라도 삶은 개턱을 웃게 하는 행동은 더 이상 하지 말았으면 한다.

 

2015년 7월 18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