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자율주행

korman 2017. 10. 31. 17:02




자율주행


내가 사는 동네의 가장 넓은 길(왕복 8차선)에서 녹색등에 직진을 하다 이면도로에서 나오는 차와 충돌할 뻔하였다. 그 간선도로의 양쪽 길가에는 아파트나 상업용 건물들이 늘어서 블록을 이루고 블록사이에는 이면도로로 진입하는 2차선 도로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건물들 사이에서 나와 간선도로로 진입하는 차량들이 많다. 또 이 연결도로 사거리에는 신호등이 설치된 곳이라 하더라도 따로 좌회전 신호가 있는 게 아니라 대부분 비보호 좌회전을 주는 곳이다. 내가 사고를 당할 뻔 한곳은 이런 비보호 좌회전을 하는 사거리였다. 내 신호가 녹색이니 왼쪽 이면도로에서 나오는 차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직진하는데 느닷없이 건너편 왼쪽 연결도로에서 자기신호를 무시하고 나온 차가 좌회전을 하면서 내 앞을 가로막았다. 마침 사거리를 지날 때라 브레이크를 조금 밟으며 진입하기는 하였지만 이렇게 갑자기 달려드는 차에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충동할 건 뻔한 일이었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오른쪽으로 급히 꺾었다. 2차로로 가고는 있었지만 마침 내 오른쪽 차로엔 지나는 차가 없어 간신히 인도를 넘지는 않고 경계석에 앞바퀴를 걸치며 멈춰 섰다. 상대 운전자도 놀랐는지 그도 급히 핸들을 왼쪽으로 더 꺾었다 다시 오른쪽으로 꺾으며 간신히 내 앞에 멈추었다.


화가 났다. 차에서 내려 상대 차량에 다가 갔다. 상대 운전자는 어찌 놀랐는지 차에서 내릴 생각도 못하는 모양이었다. 뭐라 욕 한 마디하고는 싶었는데 차안을 보니 가족이 타고 있었다. 부인과 어린아이 둘. 창문을 내리라고 손짓하였다. 그 쪽 신호가 적색등이었을 텐데 왜 그리 회전을 하였냐고 물었다. 그 친구 대답이 걸작이었다. “내 신호가 적색이었어도 비보호 좌회전 표시가 있으면 회전하는 거 아니냐?”였다. 누가 그리 가르쳐 줬을까? 한때 운전면허 시험이 무척 쉬웠다던데 그 때 면허를 딴 친구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아이도 있고 하여 큰 소리 대신에 “사거리에서 댁의 신호가 적색이면 다른 방향의 누군가에게는 녹색이나 회전 신호가 걸려 있다. 그리고 비보호 좌회전은 댁의 녹색신호에서 상대편 직진 차량과 위험하지 않으면 회전을 하라는 것이지 댁의 적색신호에 회전하라는 게 아니다. 좀 알고 운전하세요. 가족도 타고 있는데.”라고 한 마디 던지고는 그 자리를 떴다.


사회적으로 개인주의가 판을 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주의 운전이 너무 많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회전하는 차량이 70% 이상 되는 것 같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되는 데 안 한다. 예전 내 어머니께서는 늘 그러셨다. “손목아지를 그리 놀리기 싫어서야 원 쯔쯔쯔”.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에서의 회전이나 특히 비보호 좌회전에서 깜빡이를 켜지 않으면 상대편 운전자는 직진차량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방향을 표시하지 않는 것은 극히 위험한 행동이다. 2차선 도로에서 양쪽에의 불법주차로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날만한 공간의 도로 한복판에 비상깜빡이만 켜 놓고는 차는 그대로 세워두고 어딘가로 가는 운전자도 있다. 택시는 승객 승하차시에 인도 쪽으로 붙여서 정차를 하는 게 아니라 가던 길 한복판에 역시 비상깜빡이를 켜고 멈춘다. 불법 주차를 하더라도 건널목은 남겨 놓아야 할 텐데 그곳 까지도 점령되어 행인은 차도를 불법으로 건너야 한다. 그런데도 내가 사는 곳에는 단속은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위법하는 운전자나 단속책임이 있는데도 전혀 안 하는 사람들을 뭐랄까 이율배반이라 할까 아니면 직무유기라 할까? 나만 편하면 그 뿐, 배려라는 게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보험료가 자꾸 오르는 모양이다.


미국에서는 참 운전하기 쉽다고 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운전하기 쉬울까? 우리나라에서는 지키지 않는 운전자도 여행가서 차를 빌리면 잘 지키며 운전하기 때문에 운전이 쉬운 것이다. 아마 그 사람들 경찰에 단속되었을 때 경찰의 지시없이 마음대로 주머니 손 집어넣지 말고 대쉬보드 열지 말고 등등 어찌 해야 총 맞지 않는지 지침을 알면 기겁을 할 것이다. 용산의 미군부대 들어가서 운전하다 미군 헌병에게 걸렸다는 사람도 있다. 지켜야 할 것을 안 지키면서도 단속도 우리처럼 느슨하게 하겠지 하고 생각한 사람들이다.


자신과 타인의 인명에 관계되는 일, 좀 잘 지켰으면 좋겠다. 자유롭고 쉬운 운전은 자율적으로 지킬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율주행은 운전자 없이 차가 가는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지키며 운전함을 말 함이다. 기계만도 못한 인간이 되어서야 되겠나11월 첫날에 생각해 보았다.


2017년 10월의 마지막 날.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