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가람의 처마 끝에서

korman 2019. 6. 2. 14:09






가람의 처마 끝에서


신도도 아니면서

절을 해서 절이라는데

절도 안 하면서

풍경소리에 그저

심신이 편해짐을 느껴

집에서 멀어지는

길에 오르면 늘

가람의 처마 끝을 먼저 찾는다.


원래 주인이었던

아홉 마리의 용을 쫓아내고

그 연못을 메워 지었다는

대웅전의 탄생설화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처마 끝에서 잠시

생각해 본다.

부처님의 자비였다면

해코지도 없는

용의 자리를 탐하지는 않았을 터

남의 좋은 자리를 탐낸

인간의 욕심은 아니었는지.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는

용들의 수전(水戰)을 감지하고

비로봉과 천지봉 사이에

방주를 설치하여

용들과의 도력에서 이겼다는

불교판 ‘노아의 방주’ 이야기

그럼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은 잊은

승려들의 물욕으로

구룡(九龍)에서 구룡(龜龍)으로

이름을 바꿔야 했던 이야기도

인간의 욕심을

빛나게 한다.


지금엔

다 내려놓은 욕심이라 하겠지만

풍경의 흔들림을 바라보며

마음의 흔들림이

풍경소리에

모두 녹아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2019년 5월 25일

치악산 구룡사 풍경아래서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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