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일본인은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

korman 2019. 8. 16. 10:30



2019년 8월 15일 밤 9시 30분, 내 창문에서 바라본 달무리.


일본인은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아침에 태극기를 걸며 기대감이 있었다. 현 시국을 생각하면 오늘이 광복절이니 다른 때 보다는 좀 더 많은 태극기가 베란다에 걸리고 빌딩 옥상에 걸리고 주택 대문 앞에 걸리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였는데 웬걸 6층에서 바라본 내 시야에 가능한 곳에는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침시간을 벗어나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였다. 법도 바뀌었고 태극기도 비 좀 맞아보라고 걷지 않고 그냥 놔뒀었다. 그러다 12시가 임박하여 걷었다.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법이 바뀌어 빗속에 태극기를 걸어놔도 된다고 하였지만 난 아직 비 맞는 태극기에 익숙하지가 않다. 내가 배운 태극기의 존엄성 중에 비에 젖지 않게 하여야 한다는 것도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순간 태극기를 걸지 않은 사람이라도 (쳐다보는 사람이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기를 비에 젖게 한다고 한 말씀 하고 지나는 사람은 있을 것 같아서기도 하였다.


3.1절이나 오늘 같은 날에는 정부부처는 물론 방송이나 다른 미디어에서도 ‘독립’에 대한 말을 많이 한다. 난 늘 그 ‘독립’이라는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따라서 ‘독립기념관’이 명명되었을 때도 별로 좋은 이름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원래 우리나라는 나라 이름도 있었고 주변국에서 인정하는 주권을 가진 독립국가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상들이 잘못하였던 시대적 변화의 희생물이었던 간에 나라의 영토와 주권을 강자에게 빼앗기고 나라 이름도 소멸되었었다. 그러하니 광복을 맞이한 것은 독립을 한 게 아니고 과거에 있었던 독립국가의 영토와 주권을 회복한 것이지 자식이 부모에게서 떨어져 독립하듯 어느 나라의 한 지역으로 붙어 있다가 떨어져 나와 나라를 만들어 독립한 것도 아니고 미국처럼 사는 사람은 있으되 나라가 없이 식민지역이 되었다가 식민지를 탈피하고 새로 나라를 만들어 독립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독립보다는 나라와 주권을 되찾은 다른 좋은 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권투 챔피언이 타이틀을 잃었다가 리턴매치에서 이겨 타이틀을 되찾은 것과 비슷한 역사기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온 동안에 국산품애용운동에서부터 외국산제품불매운동, 특히 일본산 불매운동은 많이 있어왔다. 나도 그 운동의 한 참여자로 지내 오기도 하였다. 지금 일본과의 관계가 많이 악화되어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일본제품불매운동이 한창이고 방송에서는 연일 그 성과를 중계방송이라도 하듯 헤드라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니클로 매장이 텅 비어있다던가 맥주 수입이 90퍼센트 이상 줄었다던가 등등. 일본과 관계가 되어 제품을 생산하던가 일본과 무역을 하며 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무턱대고 매도되어 타격이 크다는 소식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결과로 인하여 발생되는 실업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불매운동으로 한국에서 유니클로를 망하게 할 수는 있다. 그래서 그로 인하여 아베 정권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유니클로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근로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지금 불매운동으로 회사가 어려워져 그곳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들이 실업을 하였거나 곤란을 겪는 곳도 많을 것인데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한 이 시대에 불매운동은 중요한 이슈가 되고 그로인하여 야기되는 실업문제는 없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일본인들이 일본제품을 들고와 판다면 모를까 직원은 모두 한국인들인데 불매운동에 대한 실업적 파장은 없는 것일까?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 소재를 우리 어떤 관료는 6개월이면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게 빨리 쉽게 만들 수 있는 걸 왜 안 만들고 일본에 의지하고 있었을까? 그러나 그 소재를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 한 분은 2년 정도는 지나야 결과가 나올 것이라 하였다. 그 소재에 무뢰한인 나, 대한민국국민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어느 장관께서는 우리 중소기업이 개발한 것을 대기업이 써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어느 전문가는 그 소재는 순도가 9가 12개, 즉 99.9999999999%(Twelve Nine이라 불린다고 한다)라야 지금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반도체에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어느 반도체생산회사 회장님께서는 “중국도 반도체를 만든다. 문제는 품질 아니겠습니까?”로 이 장관님 말씀에 답하셨다고 한다. 나 대한민국국민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예전에는 정부나 관에서 주도한 불매운동이라 해도 국제기구에서 간섭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운동이 정부나 자치단체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증빙이 나타나면 국제기구로 비화된다고 한다. 서울 중구에서 노재팬 깃발을 걸었다 했을 때 저게 아베가 바라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되어 걱정스러웠는데 바로 철거되었다. 그곳 구청장님은 그걸 몰랐었는지 인기몰이를 하려 하였음인지 아니면 그냥 간과하였었는지 아무튼 국제기구로 비화되는 문제는 없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내 집에는 일본 제품이 얼마나 있을까 찾아보았더니 예전에 엄청 싸게 팔아 장만하였으나 지금은 망가져 장식용이 된 미니콤퍼넌트 하나와 직업상 있어야 했지만 국산이 없어 일본산을 사야했던, 지금은 그것도 작동하지 않는 비디오신호방식변환기가 있었다. 그러나 국산품인 그 외의 전자기기에 얼마나 많은 일본산 부품이나 소재가 투입 됐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겉으로 눈에 뜨이는 것은 별로 없으니 그리고 지금 일본산 필요한 것도 없으니 불매운동과 상관없이 뭘 살게 없어 자동 불매가 되는 셈이다.


생뚱맞게 일본인과 결혼한 사람들은 참 난처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일에 국민들이 동원되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기만 하다. 난 평생 ‘일본사람’이라 칭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저 점잖은 자리 빼고는 늘 “왜X". "일본X", "쪽XX"라 불러 왔거늘....몇 년 전 같이 식사를 하던 일본인이 나에게 물었다. 왜 한국인들은 자꾸 과거만 강하게 이야기 하냐고. 그 일본인은 무슨 우익 같은 마음으로 물어본 게 아니라 생각 되었지만 그러나 나는 비위가 좀 거슬렸다. 내가 답하였다.

”불행했던 과거가 미래를 불행하게 해서는 안 되지만 다시 그런 불행한 과거를 갖지 않기 위해

 서 역사는 올바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일본인은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


2019년 8월 15일

광복절에

하늘빛

음악 : 유튜브 "아리랑환상곡" 최성환작곡


* 글을 다 쓰고 나서 생각하니 내가 지금 입고 있는 반바지가 몇 년 전 유니클로에서 산 거였

   다. 안 입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