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인터넷에서 그럴듯한 제목에 이끌려 별 볼일 없는 기사나 광고를 보았을 때 ‘낚였다’라는 표현을 쓴다. 아울러 컴퓨터 이메일을 하기 시작한 이래로 ‘피싱(Phishing)’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도 접하였다. 하나는 예전부터 사용하던 순수한 우리말 단어이고 또 한 단어는 컴퓨터 시대에 합성된 영어 단어이긴 하나 모두 보기 좋고 먹기 좋은 낚시 미끼에 걸려들었다는 의미로는 매한가지라 할 수 있겠다. 합성단어에 낚시질을 뜻하는 Fishing이라는 단어가 포함 되었으니 단어만 영어일 뿐 그 또한 ‘낚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낚시꾼들이 물고기를 유혹하는 미끼나 밑밥은 나날이 진보하고 있다. 물고기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종류마다 미끼를 달리하고 또 가짜미끼를 달기도 한다. 그와 더불어 사람을 낚는 피싱 또한 그 수단과 방법이 낚시미끼의 발전과 다를 바 없다. 전화를 이용한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에서 핸드폰 문자와 각종 SNS를 이용한 ‘스미싱(Smishing)’까지. 거기에 남의 전화기나 컴퓨터에 담긴 정보를 대량으로 갈취하기 위하여 특별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수법도 어부들이 대량어획을 위하여 설치하는 통발이나 그물을 닮았다. 단지 낚시꾼이나 어부들은 취미나 생업을 위한 선한 Fisher인 반면에 유사한 발음이라도 Phisher들은 사기꾼이라는 점이 다르다. 물고기를 속여 잡아 올리는 것도 일종의 사기 아니냐고 따지고 들면 ‘약육강식’이란 단어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는 나로서는 대답할 길이 없지만.
속는 사람들이 있으니 수백 건 중에 한 건이라도 누군가 속아준다면 사기꾼들로써는 횡재하는 것이겠지만 모든 민관기관들이 연일 자세한 예까지 들어가면서 속지 말라는 안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이들에게 속아 가슴앓이 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소개되어 안쓰러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런 각종 사기행각은 국가나 사회적으로 중대한 일이 벌어지면 그 일로 인한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여 더욱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코로나 사태를 이용한 각종 숫법의 피싱, 스미싱이 난무한다고 하니 정부기관이나 자치단체로부터 안내 문자를 받더라도 진위가 어려워 제공된 인터넷주소에 링크하는 것이 망설여진다. 더욱이 전화번호나 인터넷주소까지 도용하고 있으므로 링크에 조심하라고까지 하는 안내도 있으니 망설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시기에 가끔 주어지는 일관성 없는 당국의 안내가 더욱 망설임을 자아내고 있다.
지자체에서 알려주는 코로나 관련 안내나 소식은 각 구청마다 링크주소가 다르다. 각종 사기 링크 주소가 판치는 이 시기에 당국의 안내 링크 주소가 구청 홈페이지의 주소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되어 있어도 의심을 품어 마땅한데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어떤 구청들은 구청 홈페이지 주소를 기반으로 한 메뉴에 접촉하도록 링크 주소를 안내하는 반면 우리 동네가 속한 구를 포함하여 일부 구청에서는 구청에서 가입한 각종 SNS 주소에 링크하도록 문자가 오고 있다. 모두가 각 구청 홈페이지 주소를 기반으로 한 링크주소를 알려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는데 피싱족들에 잘 이용되는 SNS 주소에 구민들이 접촉하도록 안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문자를 보내오는 전화번호도 각각 다를 때가 있으니 피싱에 속지 말라는 안내와는 좀 동떨어진 행동이라 생각되어 불안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사실 나는 요새 구청에서 보내는 코로나 관련 안내는 잘 보지 않는다. 초창기에는 환자의 동선이 소개되었기 때문에 혹 우리 동네가 아닌가 하여 보아왔지만 지금은 그저 방송에 나오는 것 이상의 내용이 없기 때문에 궁금한 게 있으면 안내링크에 접촉하기 보다는 직접 구청이나 시청 홈페이지를 찾는다. 단지 가끔 특정 기간에 어떤 장소에 갔던 사람들은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문자는 링크가 없고 또 내가 속한 동네의 업소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런 문자 확인은 한다. 그런데 가끔 분명 같은 전화번호로부터 발송되었는데 문자 내에 기간과 장소명을 직접 알려주는 대신에 아무런 부가 설명 없이 링크 주소만 왔을 때는 스미싱에 대한 염려 때문에 안내대로 접촉하는 것이 걱정되기도 한다.
보름쯤 지났을까? 시청이나 구청에서 문자를 보내주는 같은 번호에서 링크를 열어보고 해당되는 사람들은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가 왔었다. 보통 이런 경우 사람들의 걱정과 호기심을 노린 스미싱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난 즉시 열어보지 않고 구청의 확인을 거쳐 열어보았다. 그 결과 내가 살고있는 동네 길거리에서 늘 보고 다녔던 노래방들의 이름이 거의 모두 나열되어 있었다. 노래방을 언제 마지막으로 가 봤는지 기억에 없으니 나와는 무관한 일이었지만 나중에 안 사실로는 여기 잠시 저기 잠시 다니면서 도와주던 한 사람이 온 동네 노래방을 다 다닌 덕분에 벌어진 일이었다. 장소와 기간이 많으니 문자에 모두 적어 넣는 것이 어려워 링크를 주었겠지만 이런 사태를 이용한 스미싱에 대한 염려를 고려하였다면 느닷없이 링크 주소만 보낼 게 아니라 문자를 보는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는 추가적인 설명이 있어야 했지 않았을까?
엊그제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집사람에게 문자가 왔다. ‘면연력저하자군’에 속하여 백신 추가접종 대상이라 3차 접종 신청을 하라는 문자였다. 그 또한 링크 주소가 왔는데 접촉하는데 좀 망설여졌다. 이유는 카카오를 통한 ‘국민비서 구삐’라는 데 가입이 되어있고 1.2차 접종 때나 관련 안내는 구삐를 통하여 받아 왔었는데 이번에는 구삐가 아니라 문자로 안내되고 특정 링크 주소가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전화번호도 도용한다는데 일관되게 구삐를 통한 안내였으면 좋았을 것을 문자를 통한 링크였기 때문에 의심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난 링크를 여는 대신에 질병청에 직접 접촉하여 확인을 하는 쪽을 택하였다.
받는 문자들 중에는 스미싱보다는 사실인 게 거의 대부분이다. 그러나 내가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그런 건 아니다. 피싱, 스미싱 하는 사기꾼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기관이나 민간기업들도 이런 사실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지 않는가. 물론 시스템상으로 일관성을 지키기에 어려운 문제들도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도 하고 또 나 자신 너무 민감하게 대처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도 많이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속담이 있어 이 디지털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2021년 10월 23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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