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가을엔
떨어져 쌓이는 낙엽만큼이나
그리움도 쌓입니다.
무엇이 그리 그리우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할 그리움도 없는데
가슴 한켠이 살아진 것 같은 허전함에
깊은 숨을 들이쉽니다.
가을엔
높아진 하늘만큼이나
보고픔도 높아집니다.
무엇이 그리 보고프냐고 물으면
딱히 눈에 아른거리는 것도 없는데
뿌연 연무 같은 게
앞을 가로막는 것 같아
눈꺼풀을 자꾸 비비게 됩니다.
그래서 가을엔
밤껍질색 보다도 무겁게 볶인
커피 원두를 갑니다.
그리고
입가를 감싸고 돌아나가는
진한 아라비카 원두의 내음에 섞어
그리움 보고픔 모두 흩더리고는
모닥불에 태워지는 단풍잎의
잿빛 연기 속
가을 냄새보다도 더 진한
커피향에 취하며
흑갈색 에스프레소를 마십니다.
2021년 11월 7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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