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7

이제야 가버린 걸 알았네

이제야 가버린 걸 알았네 온다는 인사 건네 온 바 없고 간다는 인사 들은 바도 없네 오가던 말든 내 알바 아니라도 벽걸이 달력장은 잘도 넘어가네 잘 가라 손 흔들어 보낸 적 없고 어서 오라 양팔 내민 적도 없는데 뉘라서 오가는 모습 보았을까 만은 사람들은 세월이 잘도 오간다하네 누가 떠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수저질 한 것도 아니면서 해가 바뀔 때 마다 사람들은 나이만 먹었다고 푸념하고 있구나 아침에 오르는 새 해를 바라보며 저녁을 잉태하는 해넘이 속에서도 하늘 물들이는 노을에 시간 모르다 이제야 한 세월 가버린 걸 알았네. 2023년 12월 26일 하늘빛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김장을 한다 하니 가족이 모두 모였다. 예전과는 달리 포기수도 얼마 되지 않고 그나마 절인배추를 택배로 받아 속만 넣으니 내가 집사람을 좀 도와주면 더하여 다른 식구들의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식들과 손주들이 다 모였다. 손주들은 속 넣은 게 재미있다고 (실은 금방 실증이 나 다른 놀이를 찾지만) 할머니 옆에 붙어 앉았고 며느리와 딸은 주도적으로 일을 하였으니 내가 뭐 딱히 도와야 할 일은 없었다. 아들과 사위는 으레 김장날이면 주어지는 돼지고기 수육과 냉장고에 넣어둔 소주병에 더 관심이 있었다. 모두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던 중 며늘아이가 “좀 있다가 교복 맞추러가요.”라고 말을 꺼냈다. 난 생각지도 않고 무심하게 누가 무슨 교복을 맞추냐고 물었다. “아버..

노을 무렵 등대에 기대면

노을 무렵 등대에 기대면 키 작은 하얀 등대에 기대앉아 먼 곳 수평선 바라보면 큰 다리 긴 다리 하나 해무에 가려진 실루엣 되어 바다를 가른다. 너울을 밀어 포말을 지으며 돌아오는 작은 어선은 어창 가득 만선의 기쁨을 실었음인지 저녁노을에 늘어진 그림자만큼이나 긴 뱃고동을 울린다. 외해를 바라보는 건너편 빨간 등대는 어느새 불 밝혀 어선들의 귀항을 반기고 내항을 만드는 방파제는 큰 너울 받아 개펄에 호수 만들어 밀물 따라 돌아오는 고깃배들 어미 품으로 반긴다. 노을 무렵 등대에 기대면 심신의 울타리가 녹아내린다. 2022년 7월 4일 하늘빛 음악 : https://www.youtube.com/watch?v=ZDQEr-_olIY 링크 │오빠생각│자기전 듣기좋은 동요 피아노 자장가, 편안한피아노음악, 수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