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3

철부지

철부지 어느덧 11월도 며칠 남지 않았고 이제 12월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그저 이야기 하던 버릇대로 ‘세월은....’을 읊을 것이다. 매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보다는 같은 세월을 놓고 뭔가 다른 말이 없을까 생각해 보지만 뭐 신통한 건 떠오르지 않는다. ‘구관이 명관’이라 하듯 이것도 ‘구작이 명작’인 모양이다. 아무튼 달력은 어느새 마지막 장을 보인다. 동네 금융기관이나 안경점에서 새 달력을 받아 가라는 문자가 왔다. 그러나 선뜻 받으로 가는 게 내키지 않는다.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달력을 인식해서가 아니라 세월 가는 게 반갑지 않은 나이가 되었기 때문 일게다. 사람들은 아직 “지금은 늦가을이지”라고 말하지만 계절은 이미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을 지났다. 그런데 길거리엔 아직 반팔 옷차림을 ..

비 내리는 늦가을엔

비 내리는 늦가을엔 며칠 전 내가 사는 도시를 비롯하여 곳곳에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물론 산간지방에야 당연히 내렸겠지만 난 아직 눈 내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내리긴 내렸는데 땅으로 내린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눈 깜빡할 정도의 시간에 뭔가 희끗한 가루가 눈에 뜨이지도 않을 정도로 하늘로 오르다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눈이 내리긴 내린 것이니 이 도시에도 이제 겨울이 찾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주 초반에는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다. 아직 가을의 끝자락이겠거니 하고 있는데 그 비가 내리면 가로수 가지들도 남은 이파리들을 모두 털어낼 것 같다. 늦가을에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비에 젖은 무거운 몸 바람에 날아가지도 못하여 사람들의 발끝에 채이고 자동차 타이어에 뭉개지는 낙엽을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