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금속제이나 때로는 뿔·나무·유리·점토로도 제작되는 속이 빈 음향기구.
내부에 매달린 추(錘) 또는 해머나 나무망치로 외부의 테두리 근처를 때려 소리를 낸다. 종은 공명하는 고체 물질의 진동으로 소리가 나는 악기인 이디오폰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좀더 넓게는 타악기로 분류하기도 한다. 종의 모양은 문화적 환경과 목적 및 재료에 따라 다르다. 종의 외형은 곧은형·볼록형·오목형·반구체형·원통형(동아시아의 것) 등이 있으며, 서양의 모든 탑종처럼 추의 닿는 부분(테두리 근처의 볼록한 부분)이 튤립 모양으로 생긴 것도 있다. 횡단면은 원형이나 정4각형·직4각형·타원형·다면체의 모양을 띠고 있는데, 중국의 종에는 연꽃 모양의 테두리가 많다.
종에서 가장 강한 소리의 진동은, 중앙진동이 가장 강한 징에 비해 테두리 근처에서(서양 종의 경우에는 추가 닿는 부분에서) 일어난다. 복잡한 종소리의 음파 구조는 현대에 와서야 비로소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모든 종에는 일련의 부분음, 즉 다양한 높이의 음파 진동수가 들어 있지만, 음악에서 쓰는 종의 음조는 조화로운 부분음과 이보다 더 높은 불협화음으로 이루어진다. 서양의 종들은 언제나 금속의 타기(打器)로 울리지만, 아시아의 종들은 금속추나 바람으로 울리는 종들을 제외하고는 보통 목재 손망치나 수평으로 움직이는 각재로 외벽을 때려 소리를 낸다. 또한 추의 닿는 부분이 없으며 타종시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종은 지리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뚜렷한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종을 둘러싼 전설도 많고 특별한 힘(비를 내리게 하거나 폭풍의 구름을 없애는 힘, 액막이로 달고 다니거나 동물·건물·수송기관에 설치하여 악마를 막아내는 힘, 또는 저주를 일으키거나 마법을 없애는 힘)이 있다는 믿음을 주기도 한다. 특히 고대부터 아시아 동부와 남부의 종교의식에서 사용되어 죄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믿음에서 오래도록 사용되어왔고 중국인들은 영혼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위하여 종을 울렸으며, 러시아 정교에서는 종이 직접 신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이 민족들은 좀더 큰 권위를 빌리기 위하여 거대한 종들을 제작해냈다. 불교와 그리스도교에서는 종을 예배용으로 사용하기 전에 신에게 바치며, 동아시아에서는 종의 여운이 영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로마 가톨릭교에서는 종이 천국과 하느님의 목소리를 상징한다고 보아왔다. 종의 가장 기본적이고 폭넓은 용도는 신호용(의식의 중요한 시점을 알리거나 행사나 기쁨, 경고, 슬픔을 알림)이다.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수도원에서는 종이 일과를 통제하고 있으며 중세인과 그리스도교도들은 목적에 따라 식당에서 쓰는 스퀼라 종과 성단에서 쓰는 놀라 종으로 다르게 호칭했다. 종은 또한 애국의 상징과 전쟁기념물로서 귀중하게 여겨졌는데, 침략자들은 가장 생생한 저항의 상징을 없애기 위하여 피정복자들의 종을 신속히 제거했다. 대부분의 문명에서는 모양과 재료, 장식 등에 최고의 기술과 정성을 집약하여 종을 예술품으로 만들었으며, 종교에서는 종의 장식에 모두 상징적인 모티프를 사용했다.
고대 중국인은 처음으로 일련의 종을 음악에 사용했는데, 그것을 편종(編鐘)이라고 한다(→ 벨 차임). 서양에서는 9세기 이래 고정적으로 매달려 있고 보통 온음계(7음계)의 음조를 가지고 있는 일련의 작은 종(차임)이 일반적으로 쓰였다(→ 벨 차임). 1벌이 적어도 23개로 이루어진 음악에 쓰는 종을 카리용이라고 한다. 2개 이상의 자유로이 움직이는 종들이 소리를 내거나, 천천히 반복 운동을 하는 하나의 고정적인 종이 소리를 내는데 오늘날에는 모두 전기의 힘으로 작동된다. 전조타종(轉調打鐘)은 5~12개의 종이 수학적인 배열순서에 따라 울리는 영국의 타종 방식이다. 러시아 정교회의 '즈본'(zvon : 차임)은 반복적이고 율동적인 소리를 낸다. 음계가 5옥타브에 이르는 연주용 종은 19세기 이래로 영국과 미국에서 멜로디와 간단한 화성을 만들어내는 집단 악기로서 널리 사용되었다. 일반적으로 음악에 쓰는 종은 늘어났지만 예배와 일상에서의 기능은 크게 줄어들었다. 단조나 리벳을 박아 만든 금속종은 주조해서 만든 금속종보다 이전에 나타났으며,
주조된 종으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청동기시대에 만들어졌다. 고대 중국인들은 뛰어난 주조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의 기술은 주대(周代 : BC 1111~256/255)에 절정을 이루었다. 특징은 납형법(cire perdue)으로 표면에 정교한 상징적 장식을 촘촘한 도안과 돋을새김으로 주조한 타원형의 사원종이 주종을 이루었다. 유럽의 종 제조는 원래 수도원의 기능이었다. 가장 빠른 그리스도교의 종은 정4각형으로 단조한 철판에 리벳으로 고정하여 만들었다(소의 목에 다는 방울과 비슷함). 그리스도교 이전의 유럽에서도 청동 주조법이 사용되었지만 8세기가 되어서 비로소 다시 시작되었다. 종의 주조에서는 내부의 심형(心型)과 외부주형 또는 종의 측면을 만드는 상형으로 이루어진 거푸집(몰드)에 용해된 금속(보통은 청동)을 붓는다. 대부분 주형의 바깥은 롬(양토)으로 채우지만 연주용 종의 주형 외부는 모래를 채운다. 약 1,100℃로 가열된 액체 상태의 금속을 꼭대기의 구멍으로 부으면, 꼭대기에 있는 또하나의 구멍에 계속 바람이 불어내리며 금속이 다져지면서 차오르게 된다. 이때 기공(氣孔)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금속 안에 형성된 가스를 없애야 된다. 냉각될 때 외부의 표면이 내부보다 더 빨리 식으면 잔류응력이 생겨서 나중에 균열이 일어나므로 조심스럽게 식혀야 한다. 큰 종들은 냉각하는 데 1~2주가 걸린다. 거푸집에서 떼어낸 다듬지 않은 종은 모래분사를 하거나 문질러서 말끔하게 다듬는다.
종소리의 음높이 조절이 필요하면 종을 회전시키면서 그 내부 벽에서 약간의 금속을 갈아낸다. 종의 제작에 사용되는 금속인 청동은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데, 주석의 함유량은 총무게의 13~25%에 이르며, 드물게는 그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 주석은 깨지기 쉬운 성질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큰 종은 작은 것보다 주석이 덜 들어간다. 대부분의 카리용에는 20%의 주석이 들어 있으며 더 두껍게 하고 윤곽(원형)을 정확히 만듦으로써 더 좋은 소리가 나는 종을 만들어냈다. 몇 세기 동안 종은 벌집 또는 프리미티브 종이라고 불리듯이, 두께가 고르고 볼록하게 만들어졌으며 종의 측면은 종탑에 사용하기 위하여 길어졌고 테두리는 공명과 강도를 높이기 위하여 보강되었다. 9세기경에 연주용의 조율된 작은 종(심발라)들이 나타남에 따라 종소리의 높이 조절이 가능해졌다.
11세기경 종을 비종교적으로 만드는 사람들(뜨내기 제작자들이 많았음)이 활발한 활동을 벌여 르네상스 시대까지는 이미 그들이 주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고딕 건축물의 높은 탑에는 훨씬 크고 잘 울리는 종들을 달았으며 현재의 모양과 같은 종의 초기 형태, 즉 꼭대기가 좁고 둥글며 튤립 모양이고, 길고 곧은 허리 부분은 밑부분에서 바깥쪽으로 퍼져 있으며, 입이나 추의 닿는 부분이 나팔꽃 모양인 형태가 나타났다. 13세기경에는 이 형태가 두드러졌으며 15세기에 현대의 서양식 형태와 비슷한 것이 나타날 때까지 그것은 서서히 변형되어 균형있게 더 짧아지고 오목해졌으며, 꼭대기는 더 넓어지고, 어깨부분은 정4각형으로, 그리고 추가 닿는 부분은 두꺼워졌다. 종의 주조는 상당한 명성을 얻었으며, 14세기에 들어서는 화약이 나오면서 대포도 만들어졌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주조 기술자들은 다른 나라의 기술자들보다 뛰어났으며, 그들의 기능은 15~18세기에 카리용이 널리 퍼지면서 발달하기 시작하여 17세기에 들어서 네덜란드의 주조 기술자인 프란시스와 페테르 헤모니에 의해 절정에 이르렀다. 그 기술은 19세기에는 정확한 조율능력 면에서 쇠퇴했지만, 20세기에는 그 우수함을 되찾았다.
러시아의 종 주조는 13세기부터 시작되어 16세기 경에는 무게가 몇 t(톤)이나 되는 종이 만들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큰 종인 모스크바의 차르 콜로콜(차르 종)은 1733~35년에 주조되었으며 무게가 18만㎏이 넘는데, 1737년 화재로 망가져 울리지 않는다. 영국의 주조 기술자들은 종(전조타종과 차임)이 화성에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부분음의 내부 조율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한국종의 원형은 현재는 실전(失傳)된 중국 주대(周代)의 용종(甬鐘)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종은 범종(梵鐘)으로, 주로 청동으로 주조했으므로 동종(銅鐘)이라고도 한다. 한국종은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가장 고대(古代)의 양식과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음통(音筒)은 한국종에서만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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