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토정비결과 타로

korman 2009. 2. 8. 16:12

토정비결과 타로

 

세월은 벌써 2009년도에 내가 살아갈 날을

11달로 줄여 놓았다.

모두가 같이 흘려버리는 세월이지만

그 흐름을 반기고 즐거워하는 사람도 어디에 있을까?

마누라의 그물에 남편을 가두어 놓는다는

동영상 휴대전화가 존재하는 지금에도

아직 세월을 붙들어 둘 타임머신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2009년도 새해 덕담을 건넨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설날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새해를 맞았다.

같은 세월에 존재하는 흐름이지만

흐름의 통로가 두 개씩이나 존재한다는 생각에

나이 먹은 이 사람의 조급함이 세월을 앞서가

마음의 흐름을 격랑으로 변하게 한다.

“토정”이라는 호를 가진

조선시대 “이지함”이라는 학자가 지었다 해서

토정비결이라고 하였다던가.

음력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토정비결에 매달린다.

그곳에는 자신의 일 년 운세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나의 미래 운세가 수백 년 전에 남이 쓴 책속에.

그래서 사람들은 정월에 일 년을 모두 흘려버리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집 전화번호조차 못 외우는 사람이라도

남이 정해준 자신의 일 년 운세는 잘도 기억한다.

재미로 본다고 하는 사람들도

운세가 안 좋은 달에는 찜찜해 하고

재물 운이 있다는 달에는 복권을 산다.

토정비결에 쓰여 진대로 자신의 일 년 운세를

통째로 거기에 거는 사람도 있을까마는.

토정비결이야 연초에 한번 보는 한물 간 기성세대의 유물이라면

요새 젊은 세대는 타로카드점을 많이 본다고 한다.

강남대로에 늘어가는 타로카드점 포장마차와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 넋 나간 사람처럼

점쟁이의 말을 경청하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서

노력보다는 운을 바라고

자신의 미래를 점쟁이의 한마다에 맞추어가려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늘어가는 것 같아

별로 보기 좋은 모양새가 아니라 늘 생각하였다.

연속극의 한 장면도 아닌데

생각 없는 어느 방송국의 스타킹이라는 오락프로에서는

급기야 아까운 외화를 낭비해 가며

일본에서 유명하다는 여자 타로점쟁이를 초대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녀의 점괘가 사실로 받아들여지도록

유도하는 꼴을 보이고 말았다.

가정을 가지고 있는 멀쩡한 출연자에게 전국적 공개방송에서

2년 동안 다른 여자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우기고 갔으니

그녀가 이야기한 타로점괘가 설사 방송국의 연출이라 하였더라도

그날 그 출연자의 집 분위기는 어떠하였을까? 

집사람과 자주 들르는 마트 한 켠에

연말에 느닷없이 타로카드점 천막이 생겼다.

한번 보는데 5천원이라 쓰여 있다.

외국어로 타로카드라 하니

마트 운영자는 이국적이라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때는 그저 일개 점집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까지 수시로 드나드는 동네 마트에

서양점집이 생겼으니

머지않아 동양철학관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방울 흔드는 소리가 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재미로 타로카드점 한번 볼까?” 하는 집사람의 농담에

“차라리 5천원어치 로토복건을사지” 하고 대답하였다.

로토복권은 먼지만큼의 사실적 확률에 더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기회도 제공하지만

타로카드의 점괘에 지불하는 오천원이라는 거금은

그저 강물에 떠내려가는 한 잎 낙엽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노력 없는 우연이나 행운을 바라며

점쟁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기보다는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해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기 바란다.

 

2009년 정월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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