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빜토리아 하버에 떠오르는 격세지감

korman 2013. 2. 25. 14:37

 

 

빅토리아 하버에 떠오르는 격세지감

 

아침마다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를 본다. 아직 어두움의 검은 바다가 출렁이고는 있지만, 그러나 세계가 알아주는 아름다운 야경으로 인하여 어두움 속에 갇혀 있지는 않다. 우리 시각 아침 7시 30분, 우리는 활기찬 아침을 여는 시간이지만 홍콩은 우리보다 한 시간 늦으니 아직 여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빅토리아 하버를 매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답답하다. 

 

어느 영어 가르치는 선생님께서 영어 공부를 하려면 뉴스를 들으라 하였다. 그러나 뉴스를 들으며 세세히 다 알아들으려 애쓰지는 말라고 하였다. 그냥 신문기사를 대충 읽듯이 그렇게 굵은 것만 알아차리라 하였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세세한 것 까지 들린다고. 그래서 그렇게 공부 좀 해 보려고 아침마다 영어 뉴스를 본다. 다행이 뉴스 하단에 헤드라인이 자막으로 나오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을 수 있어 좋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눈치 챈다. 이 대목에서도 디지털이 참 효자 노릇을 한다. 아침에 침 묻혀 종이 사전을 뒤지지 않아도 전자사전이나 스마트폰을 켜면 참 쉽게 사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제공하는 기본 케이블 라인을 떼고 IPTV로 교체하면서 옵션으로 되어있는 CNN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매일 아침 알아듣거나 말거나 그냥 틀어 놓고 한 시간쯤 본다. 우리나라에 IPTV로 중계되는 CNN은 홍콩에서 방송하고 있는 아시아판이기 때문에 뉴스 중간 중간에 빅토리아 하버를 보여준다. 그래서 아침마다 홍콩 빅토리아 하버의 활기찬 흐름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참 보다보면 못 알아들어 답답하니 매번 채널을 확 돌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작심삼일이라 하지만 이 나이 어느 세월에 뉴스를 다 알아 들을 만큼 내공이 쌓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가끔은 마누라 잔소리에 못이기는 척하고 리모컨을 넘겨줄 때도 있다. 그래서 아침마다 남의나라 항구를 보면서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기실 이 글을 쓰는 데는 그 답답함을 토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못 알아듣는 아침 뉴스를 보면서도 그 속에서 격세지감을 느끼기 때문에 아침마다 빅토리아 하버를 보면서 CNN을 듣는다고 폼 잡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 아침 시간의 뉴스 중간 중간에 광고가 나온다. 그런데 그게 우리나라 자동차 광고와 스마트폰 광고가 제일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자동차 광고는 둘째 치더라도 어쩌다 노키아 스마트폰광고를 볼라치면 늘 삼성 스마트폰 광고가 오버랩 되면서 어쩌다 저리 되었을까 하는 물음이 절로 나온다. 노키아 광고가 참 초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개인 대상으로 들고 다니는 핸드폰이 처음 개통된 때가 1988년 7월 1일이라고 한다. 그 전에 카폰이라 불렀던 차량용 이동통신이 있었기는 하지만 1세대 이동 통신을 처음 개발, 보급한 지역은 그 훤씬 이전에 북유럽의 노르딕에 속한 국가라 한다. 그래서 모토로라와 함께 노키아가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나보다. 우리나라에서 언제 핸드폰을 처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초기에는, 아니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모토로라와 노키아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세계로 약진하는 국산 핸드폰에 밀려 세계를 지배하던 노키아가 먼저 철수하더니 모토로라도 가 버렸다. 전 세계가 스마트폰으로 열광하는 지금은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중 30% 이상이 삼성스마트폰을 쓴다고 한다.

 

CNN에서 노키아 스마트폰 광고를 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은 느낌을 갖지는 않겠지만 난 그것을 보면서 참 초라하구나 하고 격세지감을 느낀다. 삼성 광고를 보고나서 팔이 안으로 굽는 생각으로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스마트폰이 스마트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광고도 별 흥미를 주지 못한다. 그저 몇몇 출연자가 그것을 들고 좋다고만 하기 때문일까. 뭐라고 하는지 다 못 알아듣는 내가 더 구차한 처지이겠지만 출연자들의 설명이 참 구차하게도 느껴진다. 핸드폰으로 세계를 호령하던 노키아의 처지에 연민의 정 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다 저리 되었을까.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회사는 코닥이라고 하는데 필름에 안주하던 코닥은 자신들이 만든 디지털 날개를 펴지도 못하고 주저앉았다. 노키아와 모터로라도 그런 것일까. 이들의 몰락을 보면서 국산 스마트폰도 한 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후세들에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이 부질없이 떠오른다.

 

우리의 인생도 덧없이 흘러 눈 깜빡하는 사이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거늘.....

 

2013년 2월 24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