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기억의 뒤편으로

korman 2015. 1. 26. 17:31

 

 

 

 

기억의 뒤편으로

 

TV의 외국여행프로그램에

해변에서 고기 잡는 풍경이 비쳐졌다.

백사장 저쪽 끝에서

그물의 한 쪽 끝을 사람들에게 내어준 배는

바다 속으로 그물을 드리우며 깊은 물로 나아가

반원을 그리며 이쪽으로 돌아와서는

다른 한쪽 그물의 끝을

이쪽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내어준다.

 

양끝의 사람들은

서로 가까워지며 그물 끝을 힘껏 당기고

먼 바다에 드리워져 있던

그물의 중간부분이 해변에 닿으며

연안에서 놀던 잡동사니 고기들이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모래밭을 훔친다.

 

내 어렸을 때도

마을 앞 해변에서

그 그물의 한쪽 끝을 잡고 놀았으매

TV속에 빨려 들어갈듯 추억에 젖어 있음에도

그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밤을 지나 반나절동안 그리 생각하였는데도

그 이름은 기억의 저 편으로 가 버렸다.

어젯밤에 머리 밖으로 나왔어야 할 그 이름은

죽어버린 기억의 뇌세포로 하여

아침을 지나 점심때까지도

지울 수 없는 기억의 상처를 남기고 있는데

그래서 머리가 굳는다고 하는구나

생각할 즈음

모래밭에서 빛나던 은비늘의 모태였을까

바닥에 떨어뜨린

점심수저를 줍느라 고개를 숙이는 순간

아! 그걸 ‘후리’라고 불렀었구나.

아이의 기억은 그렇게 돌아왔다.

 

국어사전을 찾았다.

일본 이름인가?

우리말 ‘후릿그물’의 준말이란다.

강이나 바다에 그물을 둘러치고

여러 사람이 양쪽 끝을 당겨 물고기를 잡는 그물.

그 이름을 떠올리고 가만히 생각하니

어렸을 적 친구들과 같이하였던

많은 놀이 이름들이 감감하다.

문득 형님의 전화가 생각난다.

 

“동생, 큰일 났어. 하루에 영어단어

20개씩 잊어버리고 있어.“

 

이제 나도 잊어버리고 있다.

그러나 형님께 이리 이야기 하고 싶다.

 

“형님, 잊어버리는 영어단어보다

잊어버린 어렸을 적 친구들과의 놀이 이름에

더한 애착이 갑니다.“

 

2015년 1월 26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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