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평화의 종 (鐘)

korman 2015. 5. 25. 16:21

 

 

 

미국 LA 산페드로 언덕의 한국 우정의

 

평화의 종(鐘)

 

취미로 모으고 있는 조그마한 여행 기념품종의 숫자가 늘면서 종과 관련한 블로그를 만든지도 벌써 9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그저 종 사진이나 올리고 글이나 좀 쓰려고 시작한 것이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범종(梵鐘)’에 관한 궁금증이 생겨 자료들을 수집하고 올리다 보니 이제는 내가 모으는 종 보다는 우리 것과 세계 각국의 종에 관한 사진과 자료들을 수집하여 담는 일이 블로그의 비중을 더 차지하게 되었다. 세계 각국에는 자국의 특징을 살린 종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범종은 학술적으로 그 장르가 ‘Korean Bell’로 분류될 만큼 독특하며 연구가치가 크다고 한다.

 

굳이 학술적인 것을 따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종은 그 모양새부터가 범상하지 않다. 거의 모든 서양종이 나팔꽃을 엎어놓은 형태인데 우리나라의 종은 장독을 엎어놓은 듯한 독특한 모습에 종각에 거는 고리를 끼우는 곳에는 용이 한 마리씩 얹혀 있고 소리의 잡음을 없애기 위한 특별한 음통이 있으며 종 아래에는 종의 넓이에 맞추어 공명을 좋게 하는 항아리나 반달모양의 구덩이가 있다. 중국의 종은 튤립 꽃을 엎어놓은 것 같은 모양이고 일본의 종은 아래가 둥그스름한 컵을 엎었다고나 할까? 중국이나 일본의 종에도 물론 종의 몸통에는 모두 글이나 그림들이 돌출되어 있지만 우리나라 범종에서 나타나는 예술적 가치와는 비교가 안 된다고 한다.

 

예술적 가치야 어찌 되었건 기본적으로 종이라는 것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적 의미가 우선이고 보면 종소리가 하늘에 닿아 모두가 소원하는 것을 이루고 평안을 얻고자 하는 마음에서 종을 울리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지 세계의 종속에는 종교시설을 떠나서 각국의 역사나 지역에 근거한 “자유, 정의, 평화, 우정” 등의 이름을 부여한 종들이 곳곳에 많이 설치되어있다. 미국에는 국가독립의 상징인 ‘자유의 종 (Liverty Bell)'이 있다. 그들은 이 종을 크고 작게 복제하여 역사적인 장소 곳곳에 설치하여 좋았다. 유럽에는 알프스를 국경으로 맞대고 있는 마을들이 국경에 설치한 종이 있는가 하면 모든 전쟁에서 희생당한 병사들을 기리는 종도 있다. 일본에는 원폭을 경험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그러한 종이 있으며 동족간의 전쟁을 치른 우리나라는 화천과 임진각에 평화의 종을 설치하였다.

 

지금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는 일본에서 1964년에 기증한 평화의 종이 있다. 매년 세계평화의 날에 이 종을 타종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세계평화를 위하여 기증된 것인지 아니면 원폭으로 인한 자신들의 피해를 알리기 위하여 기증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평화나 우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계의 종들 중에서 전범의 주역이었던 일본이 기증한 종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준 국가가 미국이라고 생각하였는지 미국의 주요 도시에는 많은 일본 종들이 기증되어 공원이나 특별한 지역에 상징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얼마 전 미국의회에서 연설한 아베가 종군위안부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도 미국에는 백배 사죄하는 모습을 보며 종을 미국에 많이 기증한 행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도 같은 이름으로 기증된 일본의 종이 있다. 유럽에는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되는지 난 아직 그곳의 평화의 종 중 일본에서 기증한 것을 찾지 못하였다. 우리나라에도 하나를 보냈다고 하는데 어디에 그 종이 있는지 기록을 찾지 못하였다.

 

지금 일본에는 우리나라에서 갈취해간 국보급 많은 종들이 일본의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진정 평화를 원하여 그리 많은 종을, 비록 미국에 편중되었지만, 기증하고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그에 앞서 갈취해간 종들을 먼저 반환하여야 하지 않을까. 지금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이 소녀상은 미국의 몇몇 지역에도 설치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이 소녀상의 설치를 꾸준히 방해하고 있다. 그리고 피해할머니들은 아직도 진정된 사과 한 마디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강제 징용하여 혹사시키고 죽음에 이르게 한 시설들을 근대역사물로 유네스코에 등재시키려 혈안이 되어있다. 그 마음에 평화의 종이 있을까? 그 귀에 평화의 종소리가 들릴까?

 

일본이 기증한 종들은 모두가 그들 사찰에 있는 종의 복제품이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전국의 사찰에서는 특별한 의미의 타종이 행해졌을 것이다. 이 종소리가 현해탄을 건너 일본 하늘에 울려 퍼졌기를 바란다. 진정한 평화와 우정을 위하여....

 

2015년 5월 25일

하늘빛

blog.daum.net/rin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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