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속 매미의 짧은 독창소리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라는 노래가 흥얼거려지는 아침이었다. 지난 며칠 동안 많은 비가 내렸다. 뉴스에 나온 대로 내가 사는 인천에도 많은 곳이 침수되었다. 내 집 앞 이면도로도 엊그제 아침 한 때 일부가 침수되었었다. 그랬던 하늘이 오늘 아침엔 오랜만에 햇살을 내 주었다. 새벽에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초가을처럼 선선하여 열대야에 얼룩졌던 새벽잠을 달콤하게 하였다.
나이 먹은 사람의 새벽잠이 길어야 얼마나 길까? 특히 여름의 새벽은 여명도 없이 찾아오는지 5시의 창문엔 중천의 해가 걸려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오랜만의 햇빛이 반가웠는지 그 이른 시각에 부지런한 매미는 울음을 터뜨렸다. ‘얼리 버드(Early Bird)’라 하였던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모이를 많이 먹을 수 있으니 부지런 떨라는 뜻의 서양말이라고 했다. 요새는 조기에 뭘 하면 이득이 온다는 뜻으로 아무데나 가져다 쓰는 단어가 되었지만 하여간 매미도 ‘얼리 매미’가 있는 모양이다. 매미는 짝을 찾기 위하여 운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새벽 5시의 매미는 곧 울음을 멈추었다. 얼리 매미가 되어 경쟁자 없이 금방 짝을 찾은 모양이었다.
장마가 끝났다고 물난리가 안 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 날 며칠을 빗물에 갇혀 지내는 일은 없을 테니 습한 마음이 좀 가시는 듯하다. 흰 구름을 몰고 온 햇빛이 집안을 메우던 습기를 걷어가고 있어 몸도 한결 개운함을 느낀다. 그러나 비구름이 걷히고 이제 그야말로 본격적으로 찌는 더위와 작렬하는 햇빛과의 또 다른 전쟁을 시작하여야 하는 한여름이니 9월 중순까지도 무더위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보는 장맛비에 햇빛을 그리던 사람들의 마음을 일찍 지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이건 얼리 무엇이라 해야 할까?
도시의 매미 울음소리는 산야의 그것보다 더 강렬하다고 한다. 짝을 찾고 있음을 알려야 하는데 각종 소음으로 자신들의 목소리가 묻히기 때문에 더 크고 독하게 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 들판에서 듣던 매미소리는 한여름의 시원함을 느끼게 하였지만 창밖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목청을 키워야하는 매미의 짜증인양 소프라노톤의 쇳소리에 가깝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작년 이맘 때 보다 매미소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예년의 경우에는 단체로 합창을 하며 그 소리가 어두워진 후까지 끊어지지 않았는데 오늘까지의 매미소리는, 모두 금방 짝을 찾는 것은 아닐 텐데, 독창으로 그것도 쉬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매미만 그런 건 아니다. 무더기로 창문을 오르내리던 잠자리도 어쩌다 하나 둘 잠시 보이기는 하지만 예년에 비하면 없다고 해도 좋을 듯 보이지 않는다. 이 모두가 극심한 가뭄에 이은 장맛비 때문에 생긴 부작용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반면에 작년에 새로 생긴 동네 소공원의 작은 연못에는 맹꽁이 소리가 요란하다. 주위에 습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못을 만들면서 맹꽁이를 집어넣은 것도 아닐 텐데 이 녀석들은 도대체 어디서 연못으로 모여들었는지 신통하기만 하다. 공원 놀이터에 온 아이들이 맹꽁이를 잡겠다고 첨벙거림에 맹꽁이의 울음도 상태가 안 좋을 때의 공짜전화처럼 끊김과 이음이 반복되었다.
장마가 아직 깔끔하게 물러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매미나 잠자리의 활동이 본격화 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몰라도 어떤 생태변화에 의하여 그 애들이 아직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내 개인의 우려가 아니라 나라전체의 걱정이라고 해야 하겠다. 동해에서 풍어를 이루어야 할 오징어가 진도 부근에서 만선을 이루게 한다고 한다. 바다 온도의 변화가 생태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라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 복원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명태도 동해에 치어를 풀기보다는 서해에 방류하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너무 덥지 않은 여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17년 7월 26일
하늘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