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벽걸이 사진은 세월을 잊었다.

korman 2017. 6. 16. 18:12




벽걸이 사진은 세월을 잊었다.


사진을 찍는다. 뭐 특별한 기술 없이도 카메라가 알아서 조절해주니 그냥 화면에 보이는 대로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다.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 피사체가 된 사람도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찍는 다기 보다는 찍힌다고 해야 옳은 것 같은데 그건 영어 표현이고 우리는 그냥 다 찍는다고 한다. 너도 찍고 나도 찍는다. 하기야 요새는 모두 셀카로 찍어 사진사가 스스로 피사체가 되는 세상이니 다 찍는다고 하여도 이상할 이유는 없다.


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핸드폰 하나 들고 이것저것 찍는다면 모르겠지만 좀 전문적인 취미라면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데서부터 원정 출사를 다녀야 하니 예나 지금이나 이런저런 돈이 많이 든다.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던 본격적으로 그 취미를 즐기기 위해서는 크건 작건 모두 돈을 들여야 하는 것이지만 어찌 보면 지금은 사진 찍는 취미가 돈이 제일 안 드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사는 주변과 다리품 팔아 가능한 지역에서 핸드폰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것이 사진이기 때문이다.


DP&E(현상,인화,확대) 간판이 요새 커피전문점 만큼이나 많았던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요새와 달리 사진을 찍으면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를 해 봐야 자기가 찍은 것이 의도한대로 잘 찍혔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시설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동네에서 손바닥만 한 필름카메라로 활동하였다 하더라도 자기가 찍은 사진을 보는 데도 기본적인 돈이 들었다. 요새도 프로들은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필름카메라로 찍는다고 하는데 인터넷에 DP&E를 검색하면 많은 디지털 세대들이 그 의미를 물었다.


동네 뒷산을 가는데 에베레스트 원정 가는듯한 복장과 장비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듯이 모든 취미에는 과수요가 있다. 나도 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한 적이 있었다. 이것저것 쓰지도 않을 장비나 악세사리를 실력에 맞지도 않게 장만하였었다. 결국 다 포기하고 디지털 카메라와 호환이 되는 것들을 골라 아이들에게 주고 손바닥만 한 디지털카메라와 바꾸었다. 지금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작은 카메라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그 카메라 보다 성능이 좋은 카메라가 전화기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앨범이라는 것이 있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아마 음악앨범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인화된 사진을 보관하는 책이다. 필름카메라를 사용한 가정에서는 몇 권씩 가지고 있는 것이 이 앨범이다. 나도 많이 있다. 부모님께서 사진 찍는 것조차 버거웠던 시절을 지나왔기로 부모님 사진은 별로 없어도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찍은 사진은 많이 있다. 모두 필름카메라로 찍은 것이니 프린트된 상태로 남아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손주가 셋씩이나 되어도 손주들 앨범은 없다. 찍는 대로 인화하는 것 대신에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저장하기 때문이다. 앨범 대신에 파일이란 명칭을 쓴다. 예전에야 돈 들여 현상, 인화한 것이 아까워 못나온 사진도 버리지 못하고 모두 보관하였지만 요새는 찍자마자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카메라에서 지워버리면 그만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집안 벽에 사진을 넣은 액자를 걸어두고 있다. 내 경우에는, 물론 부모님의 흑백사진도 있지만, 이이들의 결혼식과 손주들의 백일 및 돌 행사에서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행사비에 포함된 사진사들이 찍어 액자를 만들어다 준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사진이 바뀌어가던 예전의 액자와는 달리 요즈음 액자의 사진은 바뀌지 않는다. 손주들이 학교에 갔는데도 학교에서 찍은 사진은 컴퓨터나 전화기속에만 있을 뿐 벽의 액자에서 아이들은 더 자라지 않는다. 물론 프린트를 해서 바꾸면 되지만 그러면 먼저 사진을 보관할 새 앨범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러지 않는다. 사진이 보고 싶으면 모니터로 보면 되니까. 컴퓨터 모니터뿐만 아니라 요새 TV는 사진 파일도 받아주니 굳이 액자를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벽걸이 사진은 세월을 잊었다. 대신 컴퓨터파일에 흘러간 세월을 이름으로 붙인다. 

오늘 170616 이렇게.


2017년 6월 16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