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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으로부터의 탈출

korman 2017. 5. 31. 15:05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탈출


반응속도라는 게 있다. 학술적인 설명을 떠나 그냥 일반인들은 어떤 갑작스런 변화에 대하여 얼마나 빨리 그 변화에 적응하여 반응하느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반응속도가 빠른 사람은 어떠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데 이롭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을 보고 반사신경이 예민하다고도 한다. 이렇게 순간적인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다른 이들 보다 빠른 사람들은 익숙하였던 것으로 부터의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또한 빠를까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나 자신이 그런 생활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우측통행 사람은 좌측통행”. 초등학교시절부터 질서에 대한 교육에서 늘 빠지지 않던 표어이다. 조선시대에 말을 탄 사람이나 소달구지가 교차하면 어떤 방향으로 몰아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 사진들을 보면 옛날 우마차는 우측통행을 한 것 같다. 예전에야 교통수단이나 인구가 많지 않았으니 누가 어떤 방향으로 갔다 한들 별일 아니었겠지만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사람이나 탈것이나 모두 좌층통행이 되었다는데 해방이 되고 미군정에 의하여 자동차는 우측통행이 되었으나 사람들은 그대로 좌측으로 통행을 하여 그게 교육화 되었다고 한다. 자동차와 사람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통행하던 나라는 우리나라외에 어디 또 있을까?


난 늘 왜 사람과 자동차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가야할까 그게 궁금하였다. 왜냐하면 사람도 자동차와 같은 방향으로 가야 자동차의 위험으로부터 반응속도가 빨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몇 년도에 시행되었나 찾아보니 2010년도 7월에 우리도 이 오래된 사람은 좌측통행 규정을 우측통행으로 바꾸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2010년도 이후에 태어났거나 지금의 초등학생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그 이전 세대는 아마 아직 좌측통행이 머리에서 맴돌고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고 한 갑자가 돈 내 인생은 길을 걸으며 누군가와 엇갈려야 한다면 머리는 우측통행이지만 아직 몸은 늘 좌측으로 향한다. 오랜 습관에 의하여 만들어진 자동반사라 하겠다. 몸에 익은 습관 때문에 변화에 대한 반응속도가 빠르지 못한 것이다.


집의 주소가 도로 이름을 중심으로 바뀌었다. 2011년에 고시되고 2014년도에 전면 시행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집과 건물에는 일련번호가 주어지고 커다란 도로명 주소가 건물 기둥이나 대문 앞에 붙여졌다. 그래서 지번으로 찾기 어려웠던 곳을 찾는데 무척 수월해졌다. 지번이 아직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주로 장소를 찾는데 이용되는 것이 주소라 한다면 지번주소 보다는 도로명주소가 한결 쉽다고 하겠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면서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 지번주소만 존재할 때도 내비게이션으로 잘 찾아다녔다. 하지만 도로가에 있는 건물들이라면 모를까 뒷골목에 있는 일반 주택까지 찾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내비게이션의 아리따운 목소리는 그 근처까지만 데려다 주었기 때문이었다. 지번 자체가 나란한 것이 아니라 건너뜀과 분산됨이 존재하고 같은 번지내에 또 몇 개의 호수로 나뉘어져 있지만 건물이나 주택에 그런 세세한 것이 붙어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로명주소를 가지고 집을 찾으면 그런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 난 이사 오면서 지번 주소는 아예 외우지를 않았다.


아직 내가 사는 곳에 처음 오는 택배업체 사람들은 전화를 걸어와 꼭 지번 주소를 물어본다. 난 도로명주소밖에 모른다고 대답한다. 실지로 지번주소는 잘 모른다. 도로명주소가 처음 생겼을 때는 내비게이션도 안 되었고 지도도 바뀌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 된다. 그런데도 아직 물어본다. 이것도 반응속도가 늦어서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탈출이 어려운 것일까? 가끔 인터넷에 도로명주소를 비웃 듯 써나온 기사를 보면 자기 집의 도로명주소를 외우고 있는 사람들이 절반정도 밖에는 안 된다고 한다. 몇 년 동안 대문 앞에 커다랗게 붙여있는 주소를 못 외운다는 것은 나이든 사람의 경우에는 좌측통행처럼 적응속도가 늦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무관심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도로명주소는 번호가 시작되는 곳에서 오른쪽은 짝수 왼쪽은 홀수로 되어 있다. 그리고 서에서 동, 남에서 북으로 번호가 올라간다. 이러한 원리를 알고 그 길에 들어서면 건물이 쉽게 찾아지는데 서양 사람들이야 예전부터 써왔으니 몸에 그게 익어있지만 우리가 바뀐 것에 모두 적응이 되려면 한참의 시간이 더 필요한 모양이다. 지번주소는 일제강점기에 왜X들이 재산 탈취를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도입하였다고 하는 데 그렇다면 모두가 빠른 시일 내에 도로명에 적응되어야 하지 않을까?


빠르게 변화되는 사회에서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탈출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 반응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벌써 5월이 다 갔다. 세월에 대한 반응도 그리 느렸으면.......


2017년 5월 31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