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가을 초입의 부부 여행 1

korman 2017. 10. 13. 17:42




가을 초입의 부부 여행 1


이웃 간의 호칭이 애매하였는지 나보다 자신이 한참 아래이니 편하게 ‘형님’이라 불러도 되겠냐고 하여 그러라 하였더니 붙임성이 좋아 늘 그렇게 부르며 가끔 소주잔도 같이 기울이는 친구가 아래층에 산다. 여름이 한창 무르익던 7월 중순 어느 날 느닷없이 7월 말경에 직장에서 휴가를 낼 건데 자신의 차를 가지고 2박 3일 정도 같이 부부여행이나 다녀오면 어떻겠냐고 내 사정을 물어왔다. 7월말이면 더위가 절정으로 가고 있을 때이고 또 어디 가든 사람들로 넘쳐날 텐데 우리나이에(그도 곧 60줄에 접어들 나이라) 여행을 하고자 하면 더위와 사람들을 피하여 9월 중순쯤이 적당 할 것 같다는 대답을 하였다. 나야 아무 때나 내 맘대로 오고 가지만 휴가기간도 아닌 때 직장에, 그것도 안사람 직장에서까지 날짜를 조정하려면 어렵지 않겠냐고 하였더니 날짜 걱정은 하지 말고 나더러 2박3일간의 계획이나 잘 짜보라 하더니만 어찌 조정을 하였는지 주말을 이용하여 9월15일~17일 다녀오자고 하였다. 아마도 일반 휴가가 아니라 연월차로 금요일 하루 쉬게 한 모양이었다.



코스가 미리 정해진 관광버스 여행이 아니라면 누군가와 같이 가는 여행은, 더욱이 처음 하는 동행이라면, 일행의 성향 및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것 등을 미리 파악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가미한 후 최종 계획을 세워 의견 교환을 마쳐야 여행에서 서로 서운함이 없다. 가장 먼 목적지를 정하고 오가는 길에 시간과 경비를 절약하며 시야를 다변화하고 싶으면 짧은 여행이라도 계획은 있어야 한다. 같이 시간과 경비를 나누어야 하는 일행이 있는 경우 계획이 부실한 여행은 늘 현지에 가서 의견이 분분하고 서로 말 못하는 찜찜함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걸 최소화 하는 게 사전 계획과 조율이 아닐까한다. 그래도 뒤끝이 깨끗해지지 않는 일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좀 야박하다는 소리가 나올지언정 냉정한 계획이 필요하다 하겠다. 내 일행은 그 계획을 나에게 맞기고 따르겠다고 하였지만, 그러나 바다와 절 혹은 암자가 있으면 더욱 좋겠다고도 하였다.



9월에 접어들어 인터넷지도를 펼쳤다. 여행은 떠날 때의 기쁨도 있지만 그 계획을 세울 때의 즐거움이 더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절을 하니 절이라 하였던가? 난 절에 가서 절을 하지는 않지만 절에 가는 건 좋아한다. 일행이 원하는 대로 바다가 보이는 절이라면 더욱 좋다. 내 마누라와 그들은 절을 한다. 그래서 가장 먼 곳은 향일암으로 정하였다. 과거에 여수를 몇 번 가보기는 하였지만 향일암까지 가지는 못하였었다. 어떤 때는 다른 계획에 시간을 할애해서, 또 어떤 때는 교회에 나가는 동행이 있어서 등등. 인터넷을 펼치고 먼저 지도상으로 여행을 하였다. 예전에는 종이지도를 가지고 표지판에 의존하며 가다가도 묻고 또 물었지만, 정보를 수집할 데가 별로 없어 예상 경비와 시간도 산출하기 어려웠지만, 이번 계획을 세우면서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또 느꼈다. 장소, 거리, 이동시간, 먹거리, 가격, 심지어는 거리와 예상 휘발유 값 정보까지 모든 것이 책상에서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수집되고 계획이 짜이니 왜 좋지 아니한가!



향일암의 바다와 하늘은 모두 회색빛, 같은 색이었다. 세찬 바람은 파도만 일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사의 두 팔을 흔들어 자동초점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게 만들었다. 일본으로 향하는 태풍의 영항으로 남녘에는 비바람이 예고되었으나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대신 초자연적으로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가려줄 모자는 배낭에 묶어두어야 했다. 구름과 바람이 전하는 스산함에 마음도 잿빛이 되려는데 시내로 향하는 길의 산모퉁이에서 뜻하지 않게 황홀한 저녁노을을 만났다. 그러나 밤풍경이 일품이라는 케이블카는 바람의 흔들림으로 포기해야 했다. 오동도 쪽에 숙소를 정한 관계로 그 유명한 향일암의 일출대신에 오동도의 일출을 보기 위하여 새벽날씨를 살폈으나 두꺼운 구름에 덮인 하늘엔 아침노을조차 삐져나올 틈이 없었다. 동백열차도 운행하지 않는 이른 시각 오동도 방파제의 거센 바람은, 그러나 도시의 오염이 가득한 허파를 씻어내는 데는 더 할 수 없는 상큼함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 중에서 으뜸이라는 남해의 크고 작은 다리들을 건너고 또 건너 통영의 벽화마을 천사의 날개 앞에 섰다. 천사도 세월의 흐름에는 어쩔 수 없는지 힘차게 펼쳐진 날개에도 불구하고 펄럭여야할 나이든 천사의 두 팔은 그 날개를 받치기에도 힘겨워 보였다. 충무김밥에 해물된장찌개를 다 비우고 나서야 그 힘겨움의 뒤끝을 보았다. 그리곤 일제가 수탈을 위하여 동양최초로 건설하였다는 해저터넣을 건너 다음 목적지로 향하였다. - 계속 -



2017년 10월 10일

9월의 남녘여행에서

하늘빛 


여정: 집→행담도→향일암→돌산공원→자산공원(숙박)→오동도→이순신광장→남해독일마을→ 통영동피랑벽화마을→여객선터미널→해저터널→달아공원→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