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차례상앞의 그리움

korman 2020. 1. 29. 17:12





차례상앞의 그리움


오셨다 가셨을까?

손주들하고 절을 하며 아이 같은 생각을 하였다.


어렸을 때 내 아버지는

모두 데리고 밖으로 나가셨다가

“수저 드시는 소리 났으니 들어가자” 하시곤

“다 드시고 가신다니 이제 인사 올리자” 하시며

마지막 절을 하셨다.

그 때 내가 아버지 말을 믿었을까?


지난 크리스마스에 손주들에게

산타크로스가 있다는 걸 믿냐고 물었다.

올해 4학년 되는 녀석이 대답하기를

“믿어야 선물이 생기잖아요?”

이 녀석 말대로 그 때 난

아버지 말씀이니 믿는 척 하였을까?


차례상 앞에서도 늘 졸린 눈을 비벼야 했다.

아버지는 차례도 축시(丑時)를 넘기면 안 된다고

늘 새벽 1시경에 지내곤 하셨다.

아침 차례상을 차리며 거울을 가리는 아이들을 보며

요새는 해가 중천에 차례를 지내는데

거울을 가려야 하나 독백을 하고는

부모님 사진을 바라봤다.


물린 차례상에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음식

먼저 찾아드는 손주들을 보며

내가 요녀석들 나이쯤에

늘 내가 좋아 하던 것을 골라

건네주시던 할머니와 어머니가 생각났다.


사진도 몇 장 남기지 못하신 아버지

기억에 가물가물하니 그리움 덜 하고

한 번도 뵙지 못하고 어찌 생기셨는지

때 되면 모습 없이 지방(紙榜)만 있을 뿐이니

깊은 생각 들리 없는 할아버지

그래서 차례상에선 늘

할머니 어머니의 모습만이

유난히 큰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손주들과 같이한 아침상을 물리고 세뱃돈을 건네며

내 손주들에게는

내가 기억하는 내 아버지 보다

내가 알고 있는 내 할아버지 보다

할아비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좀 더 많이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래도 나처럼 할아버지보다는

할머니를 더 많이 기억하고 추억하겠지만....


2020년 1월 25일 설날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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