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황포강가에서

korman 2006. 12. 12. 01:25

 

상해 황포강 남쪽

 

 

스모그에 가려져 있는 강 건너 Oriental Pearl Tower 

 

 

 

황포강 북쪽

 

 

상해의 중앙청(?)

 

 

 아직 어둠이 깔려있는 상해의 새벽, 25층 호텔방의 커튼을 제쳤다. 유리 너머로 바라보이는 길거리는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리는 자동차의 불빛과 고층건물에 피어나는 네온의 불빛으로 찬란한 새벽을 맞고 있었다.


이틀 전 저녁 하남성의 성도인 정주에 들러 하룻밤을 유하고 다음날 하루 동안 두 회사와 협의를 해야 했지만 하루 종일 질질 끄는 중국 사람들의 협의 태도 때문에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하고 정해진 스케줄대로 쫓기듯이 상해로 왔다. 필요하면 다시 오마하고. 소림사와 황하를 보지 못하고 협의의 결과도 없이 정주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미리 정해진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한참을 어둠속 길거리를 바라보다가 문득 북한의 김정일이 생각났다. 천지개벽을 하였다는 그 말. 그러나 그는 천지개벽을 느끼고도 인민을 위하여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특권층의 평양 사람들이 누리는 삶이 인민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럼 이제 다 증명이 된 낡은 사상 논쟁으로 국민의 삶이 후퇴되는 우리는 무엇인가. 상해의 마천루 숲에서 새벽잠을 뒤로하고 TV를 켠다.


어둠이 물러간 호텔 앞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틀고 운동을 하고 있었다. TV 화면에도 자주 나오는 중국인들의 느릿느릿한 운동, 태극권이라 하였던가? 이른 아침을 먹고 핸드폰 자동 로밍을 켰다. 그러자 금방 벨이 울린다. 김택선, 오늘 용성이형 결혼식에 갑니까 하고 묻는다. 잠시 후 김두한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도 결혼식에 가냐고 묻는다. 외지에서 받는 그들의 전화가 많은 정겨움을 준다.


한강처럼 상해의 동쪽을 흐르는 황포강, 짙은 흙빛갈의 흐름을 이어가는 이른 아침의 황포강가에는 희뿌연 스모그가 강 건너에 있는 상해의 상징탑인 Oriental Pearl Tower를   가리고 있었다. 그래도 상해의 젊은 연인들은 주말의 이른 아침을 이 스모그바람 부는 황포강가에서 서로의 체온으로 사랑을 확인하고 있었다.


낮에 잠시 일을 보고 저녁 무렵 푸동공항으로 나갔다. 인천공항과 허브 경쟁을 하는 푸동공항. 그 크기로는 인천공항에 버금가지만 운영상의 문제점이 많은 것 같았다. 공항을  어찌 크기로 점수를 줄까. 그 푸동에 비하여 우리 인천공항의 시스템은 한두수가 아니라 열수쯤은 앞서 있는 듯 하였다. 누군가는 우리의 인천공항이 싱가폴의 창이 공항이나 홍콩의 첵랍콕 공항에 견주어 운영이 뒤떨어진다고 한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어찌 되었던 오늘은 우리의 인천공항에 점수를 더 주고 싶은 하루였다.


그렇게 애국심을 느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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