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울림 속으로/우리 종 공부하기

재일동포 강건영씨‘범종을 찾아서’

korman 2006. 12. 25. 16:59


 

일본내 ‘한국범종’ 60여구

 

신사·수장고 묻혀있던 한국종 45구 명문등 소개

 

일본으로 넘어간 우리나라 종은 얼마나 되며 어떤 종들일까. 지금까지 일본의 신사나 수장고에 묻혀있던 한국의 종은 60여구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45구를 발굴·소개한 <범종을 찾아서-신라·고려·조선의 종>이 일본에서 출간돼 주목된다.

범종에 얽혀있는 역사적 사실은 물론 명문·크기·소재지 등을 밝힌 <범종을…>은 9년간 일본 전역에서 한국의 범종을 조사해온 재일동포 강건영(60·관서지구 한국인의사회장)씨가 발간한 것.

왜구·왜병의 약탈, 일본상인의 수입 등 갖가지 이유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범종 가운데 강씨가 확인한 것은 신라종 5개, 고려종 36구, 조선종 4구 등 총 45구. 그러나 일본인 소장가가 비장하고 있는 범종의 수까지 포함한다면 60여구에 이른다는게 강씨의 지적이다. 이 가운데 조오구우 신사에 소장된 범종(833년)은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고, 우사 신궁의 범종(904년)을 비롯 26구는 일본의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 일본의 불교미술사에서 차지하는 한국종의 문화적 가치를 가늠케 한다. 또 이 책에는 제2차 세계대전때 미군의 함포사격을 받아 용두만을 남긴 채 파괴된 오키나와 파상궁 종의 원형을 담고 있는 사진도 소개하고 있다. 파상궁 종은 고려 전기인 956년에 제작돼 일본으로 넘어간 종으로, 당시 ‘환상의 종’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비한 소리를 냈다고 한다.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종 대부분은 19세기초까지도 고대 중국의 요·동진 등의 종으로 잘못 알려져왔다. 이후 양식있는 일본 학자들에 의해 재조명되고, 국보 또는 문화재로 지정되는등 학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와테현립대학 니시자와 준이치총장은 <범종을…>에 대해 “한반도의 빛나는 문화유산인 범종을 일본에 알리는데 알맞은 전문서”라고 말했다.

강씨는 임란왜란 때 포로로 붙잡혀간 유학자 강항(姜沆)의 후손. 강씨는 강항이 머물렀던 사찰 춧세키지(出石寺)의 고려 범종에 매료되어 9년간 일본의 북단 하치노헤·모리오카 시에서 남단의 쓰시마·오키나와 섬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누비며 한국의 범종을 추적했다. 강건영씨는 “일본인 소장가들이 비장하고 있는 10여구의 범종을 조사하는 대로 책을 보안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이 책을 한국어로도 출판할 준비를 서두르겠다고 덧붙였다.

오종욱 기자(gobaoou@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