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울림 속으로/우리 종 공부하기

범천(梵天)과 범종(梵鐘)

korman 2006. 11. 27. 23:36


'절' 속의 '불이문'이 있는 선상(線上)의 경역(境域)은 오직 '도리천'을 

지난 지점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의 여러 하늘, 예를 들면
범천(梵天)까지를 포괄하는 곳으로 상징화된다.
'도리천' 위에 '야마천-도솔천-화락천-타화자재천'을 지나야만 비로소
'욕계'의 음욕(淫欲)에서 벗어나 항상 깨끗하고 조용한 하늘 사람들의
나라인 무색계(無色界)의 첫째 하늘, 범천(梵天) 곧 초선천(初禪天)의
하늘인 '범중천, 범보천, 대범천' 등이 열린다.

그 '범천'의 하늘에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울리는 소리가
곧 범종(梵鐘)의 소리이다. 그러므로 '범종'의 뜻을 새겨
단순히 '범찰(梵刹)에서 사용하는 종' 또는 '청정(淸淨) 불사(佛事)에
사용하는 종'이라 한 풀이는 썩 적절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되며,
일승(一乘)의 진리를 설파하는 부처의 일승원음(一乘圓音)을 상징한다
해도 좋고, 비유하여 '불이문'을 통과하게 되는 시점의 구도자가 발하는
법열(法悅)의 소리라 해도 좋을 것이다.

절에서 그 소리를 울리는 '범종'을 봉안한 건물을 범종루(梵鐘樓)
혹은 범종각(梵鐘閣)이라 하는데, 대개 '불이문'과 동일선상에 지어진다.
그 건물이 2층 누각 형태일 때 범종루(梵鐘樓)라 하고,
단층으로 지어졌을 때를 범종각(梵鐘閣)이라 하는데,
이 종을 매달아 놓고 때 맞추어 치도록 하는 건물과는 달리
이른바 법고(法鼓)라 하는 큰 북을 달아놓은 건물인 고루(鼓樓) 내지
고각(鼓閣)을 따로 둔 절도 있다.
그 때는 '불이문'을 들어서는 사람 기준으로 왼쪽 건물에 '범종'을 두고,
그 맞은편 곧 '불이문'을 드는 사람 기준으로 오른쪽에다
'법고'를 달아매는 건물을 둔다.
그리고 이들 '범종'과 '법고' 및 운판(雲板)과 목어(木魚)를 일컬어
불전사물(佛殿四物)이라 한다. 

'범종'은 '경종(鯨鐘), 장경(長鯨), 화경(華鯨), 조종(釣鐘), 당종(撞鐘)'
이라고도 하며 절에서 대중을 모으기 위해서나 때를 알리기 위해서
치는 큰 종을 일컫는다.
흔히 종루나 종각을 지어 달아 두며 크기는 일정치 않으나 높이 4척,
지름 2척 정도로 하는 것이 통례이다.

이 범종의 모양새를 살펴보면 위쪽으로는 매달기에 편리하도록
용뉴(龍뉴)라는 꼭지 부분을 특별히 만들고, 그 '용뉴'에 잇대어
마치 대나무의 마디를 상징한 것과 같은 음관(音管) 혹은 '용통(甬筒),
음통(音筒)'이라 하는 소리 대롱이 붙어 있다.
이 '음관'은 우리 나라 종에만 독특한 부분이라 하며,
잡음이 없는 맑은 소리, 울림이 신비롭게 이어지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라 한다.
'용뉴'와 '음관'이 접촉되는 바닥면을 천판(天板)이라 하는데,
신라 종의 경우 이 천판 가장자리 안쪽으로 연꽃 잎을
돋을 새김한 것이 보인다.
종 몸체 상단의 어깨 부분에 무늬진 띠로 두른 듯한 부분을
상대(上帶)라 하고, 아래쪽 종구(鐘口)에 밖으로 둘러쳐진
무늬 띠 부분을 하대(下帶)라 하는데,
위아래를 튼튼히 마감하여 쉽게 터지지 않도록 함이라 하고,
혹은 굵은 울림소리를 얻기 위해서 특별히 지은 부분이라 하였다.
상대 바로 밑 쪽에는 사방으로 네 군데에 네모 난 테두리를 하여
유곽(乳廓)이라 하고, 그 유곽 속에 9개씩 마치 젖꼭지처럼
봉긋 솟아 있는 돋을 꼭지가 있는데 그것을 유두(乳頭)라 한다.
4 개의 '유곽'이 '4체'와, 9개의 '유두'가 정토(淨土)에
왕생하는 이가 앉을 자리인 '극락'의 9품연화대(九品蓮花臺)를
상징한다는 풀이가 있고,
또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와 관련하는 9궁법(九宮法)과
관련한다는 등의 풀이가 있다.
종의 몸체 한가운데에는 비천상(飛天像)이나 불, 보살상이
조각되어 있고, '비천'이나 '불, 보살'이 새겨진 높이로
'종구'로부터 3분의 1 쯤의 높이에 종 몸체 지름의 양 끝
상대편에 당좌(撞座)를 지었는데, 그 '당좌'는 종을 치는
당목(撞木)이 직접 닿는 부분이 된다.
'당목'은 큰 고래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범종의 다른 이름에
고래(鯨)란 글자가 흔함도 이에 연원한다. 

문화재로 유명한 '범종'으로
신라 종인 오대산 상원사(上院寺)의 국보 동종(銅鐘)과
국립 경부박물관의 국보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
고려 종으로 현재  대흥사 서산대사(西山大師) 유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탑산사(塔山寺)의 동종,
조선 종으로는 공주 갑사(甲寺) 동종, 여주 신륵사(神勒寺)
동종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몇 사찰 범종 누각 주련의 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김천 직지사(直指寺) 종각

若人欲了知 만약에 중생들이

三世一切佛 삼세일체불 알고자 하거든

應觀法界性 마땅히 법계의 성(性)을 관(觀)하라.

一切唯心造 모두가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라.

보은 '법주사' 종각

佛身普遍十方中 부처님이 세상 두루 계시니

三世如來一切同 삼세의 부처님 그 모두 한 몸일세.

廣大願雲恒不盡 넓고 큰 원력이 다함이 없고

汪洋覺海竗難窮 넓고 넓은 깨달음 다 밝히기 어렵도다.

威光遍照十方中 부처님 위세가 온 세상 가득한데

月印千江一切同 천 갈래 강 비친 달 근본은 하나라네.

四智圓明諸聖士 여러 지혜 두루 통달 여러 성인님

賁臨法會利群生 법회에 임하여서 중생 제도 하시도다.

양산 '통도사' 범종루

禪窓夜夜梵鐘鳴 선방의 창문에 밤마다 범종소리 이르니

喚得心身十分淸 몸과 마음 환하게 맑도록 하네.

檜樹蒼蒼山勢頑 울창한 회나무 숲 우뚝한 산세(山勢)

葉間風雨半天寒 숲 잎 사이 비와 바람 반공중에 서늘하네.

老僧出定忘聲色 선정에서 깨난 노승 성색(聲色)을 잊고

頭上光陰似轉丸 백발 위 흐른 세월 탄환이나 다름 없네.

玉鏡涵空波不起 옥 거울 흐르는 내 물결조차 없으니

煙환繞坐雨初收 자욱한 안개 속에 비 방금 개도다.

牢籠景象歸冷筆 휘두른 산천 경개 붓끝에 서리노니

揮斥乾坤方醉眸 하늘 땅 벌인 모습 취한 눈에 어리도다.

紅塵謝絶心如水 티끌 세상 사절하니 마음이 물과 같고

白水低徊氣尙秋 물보라 흐르는 물 가을 기운 완연하네.

鷲背山高風萬里 영취산 높은 기상 만리 바람 실어 오고

鶴邊雲盡月千秋 학 날아 구름 걷히니 천추의 달이 밝네.

김제 금산사(金山寺) 종각

願此鐘聲遍法界 원컨대 이 종소리 온 법계 두루 퍼져

鐵圍幽暗悉皆明 철위산 어두운 지옥 모두 다 밝게 하고

三途離苦破刀山 지옥, 아귀, 축생 뜨고 도산지옥 깨뜨리소서

一切衆生成正覺 일체 중생 모두가 정각 이루게 하소서.

승주 선암사(仙巖寺) 범종각

聞鐘聲 煩惱斷 이 종소리 들으시고 번뇌를 끊으소서.

知慧長 菩提生 지혜를 키우고, 보리심을 발하소서.

離地獄 出三界 지옥 고통 끊고서 삼계를 벗으소서.

願成佛 度衆生 원컨대 성불하셔 중생 제도하옵소서.


글  : 한국사찰의 불구 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