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5

내 70의 초가을처럼

더보기 내 70의 초가을처럼 여름내내 아침 눈을 뜨면 그리 신선하지도 못한 도시의 새 공기를 마시려 습관처럼 겹창을 활짝 열었다. 아마 숨쉬기 위함 보다는 새봄이 되기도 전에 애처롭게 잘려나갔던 몸통에서 그러나 그래도 가지를 키워 순초록 이파리를 잉태한 은행나무의 젊은 시간을 보기 위함이었을 테지. 오늘 아침에도 자리를 털고 간유리로 막혀버린 안창을 열었다가 어느새 한기품은 바깥 창에 멈칫 여름이 갔나 하였다. 여명이 벗겨지는 거리 은행나무 가지는 아직 초록 잎에 덮여 있는데 하늘 가까운 이파리 몇 개는 차가운 시간을 먼저 마중하였음인지 벌써 계절의 굴레에 몸을 맡겼다. 내 70의 초가을처럼. 2020년 10월 7일 하늘빛

바구니차와 전기톱에도 봄은 온다

음악 : 유튜브 (평온을가져다주는 첼로 향연 연속듣기) 바구니차와 전기톱에도 봄은 온다 이사람 저사람 이차 저차 분주히 오가는 사거리 로터리에서 사방팔방으로 뻗어진 전깃줄 전화선 가지를 머리에 이고 멋없이 긴 키만 하늘로 올려놓은 회색빛 전주 옆에서 모든 가지 싹둑 잘려 전주보다 더한 매끈한 기둥만으로 봄을 기다리던 은행나무를 보았다. 2년 전 바구니차를 몰고 온 사람들이 전기톱을 마구 휘두르며 저리 잘라내도 나무가 살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가지를 마구 잘랐는데 그래도 또 자를 게 남았던지 지난겨울의 끝자락에서 다시 바구니차를 끌고 와서는 2년 동안 몸통이 애써 길러놓은 그러나 아직 큰바람 맞을 힘도 없는 잔가지들을 치고 또 쳐냈다. 애처로울 정도로 잘려나간 은행나무 기둥을 바라보며 이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