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119의 약속

korman 2008. 5. 18. 22:55
 

거의 매일 차를 타고 무심코 지나치던 동네 근처 큰길가 소방파출소 앞에 언제부터 걸려있는지는 모를 119의 약속이라 하여 국민들에게 119에서 하는 약속의 글귀가 걸려있다. 아마 올해 초부터 걸었을 텐데 이 무심한 국민이 건성으로 보고 다니다 이제야 눈에 들어왔나 보다.


“119의 약속 Safe Korea"


이 글귀를 보고 다니다 보니 자주 지나던 길가임에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여러 장소에 소방서 혹은 소방파출소가 있었고 그 앞에는 어김없이 모두 같은 약속의 글귀가 걸려있다. 아마 전국의 119 관련 시설에는 모두 걸려있는 모양이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119와 관련된 분들이 모두 마음의 다짐을 하기 위여 자체적으로 제작한 표어라 생각되며 글귀가 아니라도 온갖 위험지역에 투입되어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모습은 언제나 국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 이런 감동적인 모습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결의임에도 불구하고 표기된 표어가 그리 긍정적으로 생각되지 못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민간기업이 행하는 특정 광고와는 달리 공공기관에서 내거는 국민과의 약속이나 스스로의 다짐은 그 상대가 불특정 다수인 남녀노소 모든 국민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약속이나 결심이라도 특정 교육을 받은 사람만을 상대하는 것이라면 이는 한정된 범위의 광고일 뿐 모든 국민과의 약속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스스로의 다짐에서 어긋난다. 그런데 119부서의 내부 문건이라면 모를까 대외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스스로 내건 표어가 우리말과 글로 표기될 수 없는 문구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영문으로 표기된 Safe Korea는 무엇인가. “119의 약속, 안전한 대한민국” 이렇게 표기 되어도 좋을 표어가 영문을 해독할 수 있는 특정 범위의 국민들만이 그 상대가 되어서는 않되지 않는가.


세계의 공용어로서 영어의 중요성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초등학교에서부터 가르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고 또 119의 약속은 이런 영어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기초적 문장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런 영어라 할지라도 이는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사용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외국어일 뿐 우리 자신의 언어는 아니며 국어와 병행 사용하는 공영어도 아니다. 따라서 아무리 중요한 영어라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외국어이며 보조 언어일 뿐 공공기관 마저도 대국민에게 마구잡이로 사용하여도 되는 언어는 아닌 것이다. 현재 싱가폴을 비롯하여 여러 민족이 국민으로 존재하는 많은 나라들이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여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의 119처럼 정부 고시문에 다른 언어를 배제하고 영어만을 표기하지는 않는다. 그럼 우리는 무엇인가. 119는 영어 공용국 국민들보다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영어에서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였을까 아니면 그런 영어도 해독 못하는 국민에게는 119의 약속은 필요치 않다고 생각 하였을까.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인천의 버스 측면에는 시에서 요청하였음직한 인천시의 공익광고를 모두 같은 위치에 부착하고 다닌다. “Clean Incheon"이 그것이다. Clean에 동사와 형용사가 모두 들어있으니 인천을 깨끗이 하자고 시민들에게 고하는 명령어인지 인천이 깨끗한 도시라고 시민들에게 자랑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되 우리말은 배제하고 영어문구만을 그렇게 부착하고 다닌다. 또 어떤 버스정류장에는 소속된 행정구역을 표기하면서 ”남구“를 우리글 없이 영어로만 ”NAMGU"라 적어 놓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인천광역시가 되려는 것인지 로스앤젤리스의 남구가 되려는 것인지.


자국에서 자국어를 배제하고 대국민에 혹은 공공장소에 이렇게 영어로만 표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영어를 잘 구사하는지는 모르겠으되 자국어를 아낄 줄 모르는 사람들이 외국어인들 잘 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다. Good morning 119? 


2008년 5월 이렛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