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korman 2009. 3. 8. 17:22

이제 자기의 세계를 가져야 하는 사랑하는 나의 아들, 딸에게

 

봄이 오려면 겨울이 아직 조금은 남은 것 같은데 베란다에 놓아둔 철쭉 화분에서는 새해가 시작되면서 피어난 붉은색과 분홍색 꽃이 지금도 계속 활짝 피어나고 있다. 베란다 바깥쪽 유리가 베란다를 온실처럼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자연에서 보다 훨씬 이르게 그러나 거칠지 않으면서 예쁘게 피어나고 있다.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한 올해는 애비가 너희들 엄마와 결혼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인데 그저 물 밖에는 주어진 게 없는 환경인데도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 철쭉꽃의 자태가 그동안 애비가 별로 큰 뒷바라지를 해준 게 없는데도 스스로 대견하고 예쁘게 자라준 너희들을 생각하게 한다.

 

올해는 큰애 네가 30살이 되었고 작은애 너는 26살이 되었으며 애비는 결혼 30주년이 되었으니 너희에게나 애비에게나 여느 해와는 좀 다른 의미가 있는 해가 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너희들은 이제 스스로 너희들의 뒤를 돌아보고 앞날을 설계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고 애비 역시 살아온 날들을 되새겨 인생을 정리해야 하고 애비 인생에 남아있는 시간을 좀 더 값있게 써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새봄이 시작되며 애비가 이 이야기를 너희에게 전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성인의 나이가 만 19세이기는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때 까지는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게 우리나라 자식들의 현실이라 생각하여 왔는데 이제는 너희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여 작년까지 사회인으로서의 인턴과정을 충분히 겼었기 때문에 애비가 전하는 말을 이해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애비는 너희가 자라오는 과정에서도 늘 “너희 인생은 너희가 살거라” 혹은 “주식 투자는 본인의 판단 하에 하는 것이다” 하는 말을 자주 하여왔다. 살아가면서 부모는 물론이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삶에 보탬이 되는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하여준다. 그러나 그것들이 본인의 생활과 꼭 부합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너희는 주위의 여러 가지 조언을 듣고 자신의 생활과 미래에 맞는 설계를 자신 스스로가 하라는 것이다. 조언은 설계와 판단을 위한 원료는 되지만 내가 사용하여야 하는 최종 완제품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여자 26과 남자 30의 나이는 스스로의 설계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여야 할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애비의 판단으로 애비로서 또한 인생의 선배로서 너희 앞날의 설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며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생각해온 것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1. 인생에 대하여

 

나이 70이 되기 전에는 인생을 논하지 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삶에 대한 경험 없이 인생이 무엇이라고 단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철학자들이 이야기 하 는 인생은 골 아프고 난해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애비가 지금 생각하는 인생이라 하는 것은 학문적 원론이나 거창한 수식어 없이 그저 간단하게 사람이 태어나 주 어진 환경으로 자신을 계발하며 살아가는 것, 그냥 그렇게 간단히 생각하자는 것 이다. 그러나 사는 데는 몇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하는 법, 애비는 너희가 앞으로 사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 하고자 한다.

 

▶ 늘 기억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너희가 태어날 때는 너희 혼자 울었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은 기뻐하였다. 그러나 앞으로의 생활에서 너희가 없는 자리 가 여러 사람들이 기뻐하는 자리가 되게 하는 사람이 되지는 말거라. 어떤 자 리에서건 다른 사람들에게 늘 기억되고 안보면 그리워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너희가 다른 사람을 어찌 대하느냐에 따라 그들도 너희를 달리 기 억할 것이다. 사후에도 오랫동안 기억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 늘 양보하고 배려하며 살거라.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때 로는 누군가와 무엇을 나누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모두를 만족 시 키지 못할 때가 있다. 10을 세 사람이 나눌 때 누군가가 소수이하를 양보하지 않으면 나눌 수 없는 이치와 같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이런 경우가 오면 너희가 먼저 양보 하거라. 그래야만 너희도 양보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자동 차 운전자들이 끼어드는 사람이 있으면 양보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길거리 흐름이 이어지듯이 너희의 삶도 그래야 잘 흘러가리라 생각한다.

 

▶ 자랑하지 말거라. 세상에는 생활환경이 나보다 좋은 사람도 있고 또 나쁜 사 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하여 의식적으로 자랑을 한다. 그러나 그 자랑이 나보다 환경이 못한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요새 자동차 광고에 보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어찌 지냈냐는 물음에 그랜저로 대 답하였다는 광고가 있다. 환경이 나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그런 의식적인 행 동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 대가를 바라지 말거라. 너희가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도울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바라고 돕지는 말았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내가 무엇을 베 풀었던 간에 그걸 기억하지는 말도록 하거라. 기억하면 대가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주었다면 설사 그게 내가 살면서 보답하지 못 하는 환경이 되더라도 도움을 받은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보답할 수 있는 환경으로 살도록 노력 하는 것이 필요하겠지.

 

▶ 충실히 살거라. 너희 인생은 물론 너희 것이며 너희가 살아야 하지만 너희 인 생으로 인하여 가족이나 타인의 인생이 상처를 받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금전적으로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돈이 살아가는데 필수 조건이지 만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돈으로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 종 어떤 이의 자태를 보며 “폼 잡는다”라는 말을 한다. 폼(Form)은 인생을 사 는데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설계이고 자기 경영이 되기 때문이 다. 그러나 충실하지 못한 사람들은 Form(Plan)은 생각하지 않고 Foam (Bubble) 만을 생각한다. 따라서 너희는 너희의 인생을 위하여 Form은 잘 잡 아야 하지만 Foam은 버리는 삶이되기 바란다.

 

▶ 늘 과거를 돌아 보거라. 과거 속에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다. 하루를 지내고 나의 하루를 돌아보고 한 달을 보내고, 일 년을 보내고 나의 현 위치를 생각 하거라. 그리하면 잘잘못이 보일 것이며 이것은 미래를 설계하는데 많은 보탬 이 될 것이다. 또한 현재 너희가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생가하면 너희 미래의 모습이 보일 거라는 게 애비의 생각이다.

 

▶ 만족하지 말거라. 어떤 목표를 설정하여 나가다가 그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 되면 좀 부족하더라도 거기에 안주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애비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물론 모든 일이 생각대로 100% 달성될 수는 없다. 그렇다 하더 라도 미완성에서 안주하지는 말았으면 좋겠구나. 미완성의 안주는 사람을 나 태하게 만들고 다음 계획 또한 그리 만들기 때문이다.

 

▶ 모두가 내 탓이다. 우리 속담에 “잘되면 자기 탓 안 되면 조상 탓” 이라는 게 있다. 그러나 조상 탓 이라는 건 없다. 물론 어떤 일을 하다가 자신의 능력 밖 의 요인 (Beyond my control) 으로 일을 성공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 다 하더라도 능력 밖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일을 추진한 것 은 자신의 잘못이다. 따라서 잘못의 모든 것도 내 탓이라는 생각으로 생활 하 였으면 한다.

 

▶ 말을 가려서 하거라. 가끔 국회의원들이 “그 말 취소하시오”라고 떠든다. 웃기 는 이야기다. 한번 뱉은 말에 대한 사과는 있어도 취소는 있을 수 없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을 나타낸다. 따라서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압 밖으로 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 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특히 안 좋은 일에서의 잘 못된 말은 나 자신은 물론 상대에게도 큰 상처와 모멸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 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생전에 두 가지 말을 하였다고 하셨다. 하 나는 참말이고 하나는 거짓말이다. 그분의 거짓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기위한 거짓말이었지만 일반인은 그렇지 못하다. 생활을 하다 보면 참말만 을 할 수는 없지만 내가 하는 거짓말이 선의를 떠나 가족이나 다른 이에게 해 가 되지 않게 하도록 하거라.

 

2. 친구에 대하여

 

애비의 결혼식 주례를 서주신 전적십자사무총장 서영훈씨께서 애비가 학교를 졸업 할 때 하신 말씀 중에서 사회에 나가면 되도록 많은 사람을 사귀라고 하시면서 그 러나 그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친구가 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어떤 부 류의 사람들인지 잘 파악해 사귀라고 하셨다. 그래야만 사람 사귀는데 실패가 없 다는 말씀이다.

 

▶ 동무이어야 한다. 친구를 애비가 어렸을 때는 “동무”라고 하였다. 지금은 북쪽 사람들이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하여 우리는 친구라는 한자어를 쓰고 있지만 사실 동무라는 말이 더 정겹다. 동무라는 말 속에는 어릴 적 발가벗고 같이 놀던 기억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순수함이 담겨져 있는 느낌이 든다. 애 비는 친구의 의미를 “동무”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남들에게 친구라 소 개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하더라도 “동무”의 개념을 부여할 수 있 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

 

▶ 너희가 손해를 보거라. 너희도 “동무”라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을 터인데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동무”와는 되도록 금전관계가 얽혀진 일은 하지 말았으 면 좋겠다. 잘못되면 동무도 잃고 돈도 잃고 모두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 나 그리 얽혀진다면 잘못된 결과가 오더라도 동무에게 원인이나 손해를 돌리 지 마라. 그래야만 동무를 계속 간직할 수 있다. 인생은 내가 좀 손해를 본다 고 생각할 때 행복한 것이다.

 

▶ 가족 같이 생각 하거라. 친구들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 수가 줄어든다. 따라 서 동무라고 생각하는 친구라면 너희 가족처럼 대하여야 한다. 또한 아무리 흉허물 없을지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아끼고 사랑하고 상처주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이와 가정을 꾸미었을 때 다른 요인으로 너희 자신의 생각과 동무에 대한 행동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때가 있 다. 그런 경우 서로에게 앙금이 남지 않도록 하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동무를 이용하지 마라. 어떤 경우가 닥치더라도 함부로 동무의 사회적 지위나 이름을 팔아 어떤 목적을 성취하려 하지 마라. 꼭 동무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 이면 모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동무의 협조를 구할 것이며 동무 가 협조하지 못하는 처지라 할지라도 섭섭해 하지 말거라. 너희의 부탁을 들 어주지 못하는 동무의 마음을 헤아리는 동무가 되라는 이야기다.

너희 인생에서 때로는 가족보다도 더 절실하게 동무가 필요할 때가 있다. 애 비 보다는 많은 동무가 너희에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3. 사랑과 결혼에 대하여

 

애비는 3년 이상을 너희 엄마와 연애시절을 보내고 결혼 하였다. 여성이 없는 학 과를 다녔고 미팅도 없었으나 적십자 동아리 활동과 외부 산악회 활동으로 다른 학과의 여학생이나 다른 학교의 여학생들과도 어울릴 수 있었기 때문에 이성에 대 하여 알 기회도 주어지곤 하였다. 그러나 너희는 학교에서나 짧은 사회생활에서 이성과 어울릴 기회가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특히 작은애는 학과에도 여자 들만이 다녔고 동아리활동도 없었고 직장에도 여자들만이 있는 관계로 이성에 대 하여 알아가는 과정이 주어지지 못하였다. 큰애 또한 외국회사의 일인지사를 운 영하므로 해서 사회적으로 여성들을 상대할 기회가 그리 흔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너희는 각자가 사귀어야 하는 이성에 대하여 개념이 충분하다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그것은 이성을 관찰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애비는 너희들을 중매결혼 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다. 따라서 각자 결혼 상대는 각 자가 알아서 데려 오도록 하여라. 그러나 사랑과 결혼이 그리 간단한 문제만은 아 님을 늘 생각하였으면 좋겠다.

 

▶ 순애보는 없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은 일방이다 양방이다 하는 전제조건이 없다. 그러나 이성간의 사랑은 다르다. 일방통행은 없다. 일방통행은 불행한 결과를 초래 한다. 따라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냉정하게 관찰을 하거라. 그리고 소가 되새김을 하듯이 뒤를 돌아 보거라. 정말로 내가 상대를 사랑하 고 또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가를. 콩깍지가 씌우면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한다 고 한다. 지푸라기불인지 장작불인지 잘 살피라는 이야기다. 지푸라기불은 일 시에 크게 일어나지만 화력도 없으며 곧 사그라진다. 반면에 장작불은 천천히 붙고 오래 타며 화력이 좋다. 사랑의 곡선은 급경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완 만하게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높아져야 하고 내리막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행복한 가정을 위하여 냉정한 사랑을 하라고 이야기 하고 싶구나.

 

▶ 결점을 보거라. “진정한 사랑이라면 상대의 결점도 사랑하여야한다”는 말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연애기간에는 상대의 결점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정생활의 파탄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연애시절에 서로 결점을 파악하여 그것을 고쳐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가 다른 것을 하나로 만들 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가정을 가진 후에도 이런 노력은 계속되어 야 한다.

 

▶ 호화로운 데이트를 삼가 하거라. 연애 시절의 호화로움은 가정을 가진 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싸구려 차 한 잔에서도 행복을 느껴 야 하고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 상대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면 미래의 더 좋은 생활을 위하여 늘 분수를 생각하고 절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호화로움이 없어도 만나면 편안해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자존심 상하게 하지 말고 세워 주거라. 사랑한다면 사랑 이상의 존중이 필요 하다. 연애의 실패는 자존심으로 시작된다. 내가 진정으로 상대를 사랑한다면 행동과 언행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사랑하는 사이에는 하찮은 것에 마음 상하기 쉽다. 따라서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말고 제3자 앞에서는 상대 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게 더욱 사랑하는 길이다.

 

▶ 비교하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남과 비교하지 마라. 비교하면 그 보다 더 나은 환경의 사람을 갈망하게 된다. 두 가지 다 만족스럽다면 다행이지만 비교하려면 자신의 일생을 위하여 사람을 사랑할 것인가 환경을 사랑할 것인 가 택일하여야한다. 그 택일에 대한 결과 또한 본인에게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 결혼을 빙자하여 무릎을 꿇거나 꿀리지 마라. 동양이나 서양이나 무릎을 꿇는 다는 것은 항복이나 복종의 의미를 닮고 있다. 따라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 일이다. 여러 사람 앞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랑하여 결 혼하는 것은 서로 더욱 아끼는 것이지 어느 한쪽에 복종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한 번의 이벤트라 하여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 흉보지 마라. 결혼은 당사자가 하는 것이지만 문화가 다른 두 집안의 결합이 기도 하다. 따라서 일단 맺어 졌으면 상대의 가족도 내 가족으로서 흉까지도 감싸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전철을 타고 가다 보면 여러 사람이 듣건 말건 집 안과 관련한 흉을 큰소리로 떠드는 사람이 많이 있다. 그건 내 얼굴에 침 뱉 는 꼴이다. 생전의 성철스님께서 주례를 하실 때 결혼 당사자에게 하는 말씀 보다는 하객들을 야단치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아이들이 싸우고 오면 주위 사람들이 설득하고 달래서 잘 살게 하여야 하는데 당사자들 보다 더 난리를 펴 갈라놓는다고. 애비는 그리하지 않을 테지만 그런 경우가 닥치더라도 너희 는 그것에 휩쓸리지 말기 바란다.

 

4. 가정에 대하여

 

애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가정이 아닐까 종종 생각한다. 그곳에는 사랑 과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정은 사회를 지탱하는 주춧돌이기도 하다. 이 웃 보다도 못한 가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가족은 소중한 것이고 가정 은 내가 존재하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늘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또 소중한 가정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 비교되더라도 그 말을 밖으로 흘리지 마라. 살다 보면 내 남편을 이웃남편과, 내 아내를 이웃 아내와, 내 아이들과 그 친구들을 비교할 때도 있다. 내 가족 이 그들과 같을 수는 없다. 모두가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내 가족이 그들 과 비교하여 장점만을 가질 수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을 안으로 소화 하고 입 밖으로 흘리지 마라. 가족 모두가 그리 한다면 큰 상처를 입게 된다. 가족은 서로 감싸야 하며 잘못에 대한 충고를 아끼지 말아야 하지만 남과 비 교하는 말은 삼가야 한다. 아이들은 큰 상처를 입을 수 있으며 부부간에는 믿음이 깨어지기 쉽다.

 

▶ 대화를 많이 하거라. 애비가 자랄 때 식탁에서 얘기를 하면 어른들로부터 야 단을 맞았다. 식탁에서는 말하지 말고 밥만 먹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애비 는 늘 서양 선진국들의 발전은 식탁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식사 시간 의 식탁은 가족이 같이 모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고 가족들 간에 서 로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식탁에 둘러 앉아 밥 만 먹는다는 것은 생각을 가족에게 이야기 하는 시간을 버리는 것과 같다. 따라서 식사는 되도록 가족과 함께하고 식탁에서는 대화를 많이 하기 바란 다. 애비가 가끔씩 너희와 식탁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이다.

 

▶ 여행하거라. 사정이 허락되는 한 가족여행을 많이 하거라. 가족여행은 가족의 결속을 가져오고 가정의 행복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다른 문화를 체험함으 로써 본인과 가정의 발전을 가져온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책에서 얻지 못하 는 귀중한 삶의 경험을 주게 된다. 애비가 못내 아쉬운 것은 그리 출장을 많 이 다녔으면서도 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너희 엄마와 동행할 수 없었다는 것 이다. 이것이 늘 너희 엄마에게는 미안하구나. 그래서 그런지 우리 가족이 모 두 홍콩여행 갔을 때가 지금까지 애비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 었나 돌아보게 된다.

 

▶ 문화생활 하거라. 거창하게 비싼 경비 들이고 유명한 공연이나 전시회 가는 것만이 문화생활은 아니다. 늘 무언가를 읽고 쓰고 작은 박물관이라도 기웃 거리고 음악을 듣고 하는 이 모든 것들이 문화생활의 일부이다. 이런 문화 생활은 정신건강에 매우 도움을 주어 가정을 평화롭게 할 수 있다. 혹 해외 에 나가면 시간을 쪼개어 그 지역 박물관은 가보라고 권하고 싶구나. 어떤 고민이 생겼을 때 담배나 술 보다는 음악을 크게 틀고 들으면 마음이 조금 은 갈아 앉을 수도 있다.

 

▶ 이상한 존칭 쓰지 말거라. 연애 시절에 오빠 동생하며 부르던 존칭이 가정을 가지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계속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아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을 그 아이의 엄마는 오빠라고 부르고 아이의 엄마는 아이 이름 을 갖는 이상한 가정이 태어난다. 따라서 잘 모르면 어른들에게 물어서라도 혹은 인터넷에서 찾아서라도 가족 간에 제대로 된 호칭을 사용하기 바란다.

 

▶ 큰 소리 내지 마라. 아무리 흥분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집안에서 되도록 큰 소리 내지 마라. 특히 그 소리가 이웃에까지 들리게는 절대로 하지 마라. 또한 아이들 앞에서 부부간에 그리하지 말 것이며 아이들에게도 못된 소리 “새끼” 혹은 “년” 이런 소리는 장난으로라도 하지 말기 바란다. 애비는 너희를 기르며 이 두 단어는 한 번도 사용한 기억이 없다. 이건 애비의 신조였다.

 

▶ 미안하다 고맙다를 가르치거라. 아이들이 생기면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님 을 가르치거라. 요새 부모들은 아이들의 기를 죽인다고 가르쳐야 할 것을 가 르치지 않는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면 타인에게 감사와 사과하는 것을 먼저 가르치고 잘잘못을 스스로 터득하게 가르치는 부모가 되기 바란다.

 

▶ 친가나 처가, 외가, 시댁 모두를 같이 생각하거라. 애비는 너희 엄마 부모님 께 장모님, 장인어른이라 부른 기억이 없다. 그냥 어머니 아버지라 불렀다. 따지기 좋아 하시는 어르신네들이 들으시면 한 말씀 하실 지도 모르지만 어 머니 아버지라 하여도 흉이 되지 않는 말이거늘 그런 특별한 호칭이 가족을 멀리하는 느낌이 들었다. 호칭이야 알맞게 너희들이 부르면 되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은 양가를 가리지 마라. 너희 부모에게 하나를 주었으면 너희 배우자의 부모님께도 같은 생각을 하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명절날 어느 쪽 으로 먼저 가느냐를 가지고 요새 부부간에 언쟁을 벌린다. 그건 사회 규범을 따르거나. 우리 사회의 규범은 남편의 친가에 먼저 가는 것이라고 애비는 생 각한다. 따라서 작은아이 너는 애비에게 먼저 온다는 생각 버리고 시댁에 먼 저 가야 할 것이다. 사회규범을 따르는 것은 가정의 규범을 만드는 것이다.

 

5. 사회와 직장에 대하여

 

이제 너희는 사회 초년병이라는 딱지는 떼어도 될 만큼 직장생활을 하였다. 그렇 다 하더라도 직장생활이 쉬운 것은 아니다. 직장일이라는 것이 학교에서 배운 대 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은애 너는 다른 직장과는 달리 이미 정해진 절 차에 따라 자신이 노력하면 되는 것이지만 큰애의 경우에는 조직화 되지 못한 직 장에서 처음 일을 하였기 때문에 지금의 아시아 매니저 역할이 쉽지만은 않을 것 이다. 애비는 큰애 네가 제대로 조직화 된 직장에서 5년 정도의 경험을 쌓은 시점 에서 지사를 맡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직장에서 신입을 가 르치는 상사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또는 그 상사가 어떤 사람이었느냐에 따라 신입 의 일 처리하는 능력이 달라진다. 네게는 그런 기회가 없었다. 이것은 독학을 위한 부단한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 직장생활의 기본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애비는 그 기본을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Forming, Checking, Filing 이라 생각한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Form을 잡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다. 생활이나 일의 기초가 되기 때 문이다. 직장에서의 Form은 업무를 얼마나 능력 있게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다. 아무리 좋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어도 또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깔려 있어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Form을 잡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애비 는 거래하는 회사를 다니면서 엑셀을 이용하며 Form을 잡으면 월말, 연말 통 계까지 자동적으로 파악되는 일을 그리하지 못하는 젊은 친구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으며 재고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될 일을 컴퓨터를 앞에 놓고 종 이에 양식을 그려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장을 만났을 때 의아해했다. 만일 이 들이 자신의 업무에 알맞은 Form을 잡았다면 Checking이나 Filing은 자동으로 이루어 졌을 것이다. Form을 잡아 데이터를 넣으면 현황은 자동으 로 파악되고(Checking) 이를 잘 관리(Filing)하면 능력 있는 업무 처리가 이루 어진다고 애비는 생각한다.

▶ 메모를 활용하거라. 아무리 좋은 Form을 잡았다 하더라도 데이터를 입력시키 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따라서 좋은 데이터를 위하여 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메모하는 습성을 길러야 한다. 메모를 하지 않으면 기억력이 좋다고 하여도 일부 데이터의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큰애의 경우에는 본사와 의 리포트나 데이터를 교환하고 전화통화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메 모가 더욱 중요하다.

 

▶ 긍정적으로 생각 하거라. 직장에서 무슨 일이 주어지면 검토도 하기 전에 부 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막을 건너는 사람의 물병에 물이 절반 있는데 아직 오아시스는 발견하지 못하고, 그런데 그 사람이 절반 남은 물병 을 보고 반밖에 남지 않았으니 절망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아직 반이나 남았 으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안될 때 안 되더라도 미 리 부정적이지 말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그 일을 검토하라는 것이다.

▶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거라. 소주 안주 중에 제일 맛있는 것은 직장 상사를 씹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늘 그 상사의 위치와 너희의 위치를 생각 하거라.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과 고용된 사람 혹은 회사의 중간 관리자를 맡 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입장이 같을 수가 없다. 따라서 어떤 일을 누구와 하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큰애는 외국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하므로 문화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한 가지 어려움이 더 있 다. 따라서 상대국 문화에 대하여도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

 

▶ 공부하고 노력하라. 이 시점에서 자신의 직무를 위하여 지금 얼마나 공부하 고 있는가를 짚어보기 바란다. 직장에서 동료를 앞서가는 사람은 그 만큼 더 노력한 사람이다. 작은애는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으니 그와 관련된 서 적이나 경험사례, 연구논문 및 각종 자료들을 찾아 공부하면 될 것이지만 큰 애 너의 경우는 좀 다르다. 무역이라는 것이 종합예술이나 매 한가지여서 많 은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 영어를 사용하지만 회화만 할 줄 안다고 일이 되 는 것이 아니다. 은행을 알아야 하고 관련법을 알아야 하고 각종 무역서류는 물론이고 계약서 및 모든 관련서류에서 리포트에 이르기 모두 영문으로 작성 하고 해독할 줄 알아야 지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 이건 짧은 직장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부단한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 무역을 하였다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애비도 다 알 수는 없다. 이제 애비도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따라서 큰애는 애비가 알고 있는 것이라도 빨리 자 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들은 밥을 먹을 때도 끊임없이 대화를 한 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대화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것은 영어를 잘 못 해서가 아니라 기본 적으로 대화의 주제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때문이다. 따 라서 큰애 네가 외국인들과 업무를 지속하려면 업무를 위한 지식뿐만 아니 라 대화를 위한 상식도 갖추어야 하는 힘든 일을 감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는 늘 각종 장르의 서적을 가까이 해야 한다. 악서에서도 배울게 있다고 하였 다. 자투리 시간에 무언가를 늘 읽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6. 종교에 대하여

 

비록 엄마가 불교를 믿기는 하여도 애비는 우리나라의 종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다. 우리나라의 종교는 극히 이율배반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종교는 믿음이다. 따라서 자기의 마음속에 믿음을 간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저 겉으로 보여 주기 위한 외적인 믿음이 강한 것 같다. 언젠가 외국 사람이 애비에게 종교가 있 냐고 묻기에 나의 조상이 내 종교다 대답하고 “네가 믿는 신이 너를 지켜줄 것이 라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내 조상이 나를 지켜 준다고 생각한다.” 라고 하였더니 “그 믿음이 있으면 곧 그것이 너의 종교다.”라고 수긍을 하더구나. 역사적으로 많 은 전쟁이 있었지만 종교와 관련된 전쟁이 가장 잔인하였고 지금도 종교 때문에 수없는 전쟁이 일어나며 많은 사람들이 종교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종교의 기본 목적이 인간을 구하는데 있다면 이런 상황을 애비는 어찌 이해해야 하겠니? 종교 로 구원을 받아야 하는 인간이 인간의 욕심으로 종교를 망치고 있다. 수많은 종 파가 그것을 대변한다.

 

애비는 너희에게 종교를 갖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애비는 만일 너희 가 종교를 갖는다면 우리나라에는 많은 종류의 종교가 있음을 인지하고 타종교를 비방하는 행위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가족 중에는 너희와 다른 종교를 가 진 사람이 있을 경우에도 그 종교로 인하여 갈등을 만들지 말 것이며 그 종교로 인하여 가정을 지켜야 하는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기 바란다. 애비는 엄마에게 늘 이야기 한다. 부처님 말씀은 믿되 스님이나 절을 부처님과 동격으로 생각하지 말 라고. 모든 종교 지도자가 성철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과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교리와 인간이 지켜야 하는 기본은 같은 것. 종교의 가르침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늘 상식과 윤리와 도덕과 규범을 생각한다면 그것이 곧 성인들의 말씀과 일치하는 생활이라 애비는 생각한다.

 

6. 국가에 대하여

 

예전에는 국산품 애용이 애국하는 길이라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꼭 그런 것은 아 니다. 단지 외국의 유명한 브랜드에 대하여 맹목적으로 열광하지는 말아 주었으면 한다. 현재 위치에서의 애국은 한국인으로써 외국에 났을 때 그저 손가락질 받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이며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잘 소개하고 또 그들의 문화 도 잘 이해할 것이며 우리의 말과 글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애 비는 생각한다. 고유의 풍습과 문화와 말과 글을 훼손하는 일은 곧 민족과 나라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외국어를 잘 한다는 것은 젊은 사람들의 재산이다. 그것은 또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이다. 그러나 국제화 된다는 것이 우리의 전통과 문 화를 왜곡하라는 것은 아니다. 너희 아이들에게도 그리 가르쳤으면 좋겠구나.

 

7. 현재와 미래에 대하여

 

이제 너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애비의 곁을 떠나 너희의 가정을 꾸려야 한다. 가 정도 회사와 매한가지여서 무슨 일이던지 잘 계획하여 운영해야 한다. 이를 Management라 하고 이것을 행하는 사람을 Manager라 한다. 그러나 Management 하는 방법은 그것을 행하는 Manager에 따라 각각 다르다. 각자의 생활에서 현 명한 Management로 모든 가정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Manager가 되기 바란다.

 

애비는 너희에게 물려줄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따라서 애비의 지난 세월에서 금 전적 Management는 성공하였다고 감히 말하지 못한다. 아마 앞으로도 그러할 것 이다. 그러나 애비 나이 60을 바라보며 너희가 있어 성공한 가정이라고는 말하고 싶구나. 앞으로 애비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른다. 또한 애비가 먼저 너희 곁을 떠날지 엄마가 먼저 떠날지 아무도 모른다. 통계에 의하면 여성의 수명이 남 성보다 기니 어쩌면 엄마가 나중에 애비 뒤를 따르겠지.

 

이 시점에서 애비의 부탁은 엄마에게 잘 하라는 것이다. 엄마는 애비를 위해서도 그랬고 또 너희 할머니를 모시기 위해서도 그랬지만 너희를 위해서도 너무 많이 자신을 희생 하였다.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엄마의 자식에 대한 헌신은 무조건 적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것으로 이 부탁을 하고 싶구나. 애비의 부탁 이 아니라도 물론 너희는 잘 하겠지만 너희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가정을 갖는 과정에서도 엄마를 늘 극진히 생각하기 바란다.

 

죽음에 대하여 애비는 늘 죽은 자가 산자의 땅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게 좋은 일 인가 생각한다. 애비는 그래서 화장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엄마의 마음은 다르다. 이 문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구나.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너희 부모에 대 한 모든 기억은 너희 자식들에게도 전해주기 바란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추석이나 설에 외에는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긴 연휴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도 가정의 행사 (제사나 차례, 가족모임 등) 때문에 자기 것으로 하지 못한다. 애비는 그러하지 못하였지만 너희는 이에 대하여 현명 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연구하여 너희 시간을 갖기 바란다. 이건 우리 가정의 다른 어른들도 있으므로 좀 연구가 필요한 사안이기도 하구나.

 

애비는 늘 “남매는 단 둘”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농담이기는 하지만 애비와 어미가 언제까지나 너희와 같이 할 수는 없는 일이니 결국은 그리 될 것이다. 지금 너희 가 서로를 많이 아껴주지만 각자가 가정을 가지면 어제까지의 아껴 주던 틀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멀어지지 않도록 현명하게 대처하여 모두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 꾸미기 바란다.

 

두서없이 긴 편지를 썼다. 그저 나이 먹어가는 애비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해 다오. 별첨 글은 큰애가 구경시켜 준 “워낭소리”를 보고 애비가 쓴 글이다. 영화의 할아버지 또한 자식을 사랑하는 한분의 늙은 애비일 뿐이었다. 읽어보렴.

 

2009년 3월 첫날 엄마의 생일날에 애비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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