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딸을 출가시키는 친구에게

korman 2009. 4. 6. 18:10

 

 

 

 

딸을 출가시키는 명신에게

 

아빠를 부르는 모습을 바라볼 때 마다

이제 품에서 떠나보낼 수 있다는 성숙함 보다는

교복치마를 팔랑이며 학교에서 돌아와

운동화를 벗어던지며 배고프다고 엄마를 찾던

그저 응석둥이의 모습으로만

늘 애비의 가슴에 남아있는 딸아이가

이제 아비 집을 떠나 새집으로 이사하겠다고 하였다지?

 

 

 

애비마음에 자식 중 누군들 걱정이 안 되었을까 마는

공부 때문에 귀가가 늦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밤늦게 아들 녀석이 누르는 초인종 보다는

딸아이의 그것이 더 반가웠으며

현관에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까지

좌불안석으로 보낸 세월이 어제인데

딸아이가 만들고 간 애비 가슴의 한쪽 빈자리에는

그 이이가 태어날 때 들려주었던

기억도 아득한 첫 울음소리가

세월의 메아리 되어 다시 찾아오겠네 그려.

 

 

보내는 섭섭함이 얻는 기쁨에 견줄까

긴 세월을 애지중지 품에서 길러

밖으로 보내는 부모의 마음이야

어미인들 애비보다 덜 할까마는

예식장 한 가운데서 딸아이의 손을 놓으며

그 허전함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애비의 마음을

그 아이도 가슴 깊이 담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네.

 

 

새싹이 돋는 이 봄에 딸아이가 만들어 놓은 빈자리는

곧 그 아이가 펼치는 새로운 인생으로 하여

푸르른 기쁨으로 채워질 것이고

잠시 보내는 섭섭함과 허전함은

그 아이가 태어날 때 들려주었던

잠깐 동안의 울음시간 보다도 더 짧은 시간에

성숙된 행복으로 변하여

애비 가슴으로 돌아올 거라 여겨지네.

 

 

나 또한 딸 가진 한사람의 애비로서

같은 섭섭함과 허전함을 겪어야 하겠지만

이 순간 딸아이가 꾸미는 앞날에

영원한 무지개가 놓이기 바라는 바일세.

딸아이의 무한한 행복이

애비의 가장 큰 소망인 것을.

 

 

딸아이를 출가시키는 애비의 마음을

잘 이야기한 노래가 있어 함께 보내네.

차 한잔의 여유로운 마음으로

스피커 열고 들어보시게나.

 

 

4월의 꽃피는 날 친구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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