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수치가 우선인가

korman 2010. 4. 19. 17:30

 

 

 

수치가 우선인가

 

아주 종종 특수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나 운동선수들이 각 소속 단체나 구단들과 계약을 갱신하거나 혹은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 국내의 뉴스 매체들은 그들이 받는 계약금이나 연봉에 대하여 “몸값”이라는 표현을 쓰며 비중 있게 보도한다. 또한 이들이 각종 국제대회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이를 아주 잽싸게 돈(연금)으로 환산하여 국민들에게 전하며 연예인들에 대하여도 그들이 누리는 그 겉에 보이는 화려함을 늘 중계방송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런 소식을 접하는 국민들의 의견은 늘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어 좋다는 측면과 노력할 줄 모르고 겉에 보이는 화려한 면만을 따라 허영과 일확천금을 좇게 한다는 비평적인 측면이 있지만 난 늘 그 돈의 액수만을 집중 조명하는 뉴스매체들의 태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물리칠 수가 없다. 그것이 노력과 성공에 대한 보상이아니라 희생에 대한 계산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천안함 사고로, 아직은 사고라 밖에는 표현할 말이 없지만, 많은 장병들이 희생되었다. 또한 이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희생이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유족들에게는 물론 우리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과 아픔과 슬픔으로 가슴 한 켠에 내려앉았다. 그런데 이들의 희생에 대하여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관계로 어떤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맞는 것인지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들은 여러 정황으로 보아 전사라는 용어를 사용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정부에서도 비록 순직이라는 용어를 쓰게 되더라도 전사에 준하는 예우를 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런 슬픔 자체도 뉴스매체들은 금방 돈으로 환산하여야 직성이 풀리는지 유족들의 요구가 있던 날, 하루도 미루지 않고, 순직으로 결정되었을 때와 전사로 결정되었을 때의 보상금과 연금에 대한 액수 차이를 잽싸게 계산하여 자랑스럽게 국민들 앞에 펼쳐보였다. 물론 전사로 불리는 것이 순직보다는 상당히 높은 액수를 보여 주었다. 이를 본 국민 각자의 생각은 어떠하였을까.

 

엊그제 아침에 시신을 거두던 어느 군의관이 시신에서 떨어진 바닷물을 고깃국물이라 표현하였다는 어처구니없는 기사를 보며 장병들의 큰 희생과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리 가볍게 수치로 환산하며 호들갑을 떠는 신문이나 방송들이 그 군의관의 세치 혀와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 본다.

 

순직에 준하던 전사에 준하던 어떤 금전적 예우가 이들의 희생을 대신할 수 있을까. 어느 쪽이던 권력자들이 뇌물로 받아 챙기고 떡값이었다고 우기는 액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인 것을.

 

2010년 4월 열 여드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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