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쓰면 이긴다?
아시안 게임 중 차량운행과 관련하여 인천시에서는 교통의 원활함을 위하여 승용차 2부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하고 예외규정 몇 개 항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서류심사를 거쳐 거주지 주민센터에서 운행허가증을 발행하니 필요한 주민들은 신청하라는 고지가 있었다. 아이들을 매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태우고 다녀야 하는 집들도 예외규정에 포함되므로 허가증을 받아달라는 큰아들의 연락에 재원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준비하여 주민센터에 들렸다.
아침시간인데도 벌써 많은 사람들로 줄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나도 그 맨 뒤에 한자리 차지하고 섰는데 순간 앞에서 여자의 날카로운 소프라노 소리가 들렸다. 살펴보니 줄이 길어진 이유는 사람이 순간적으로 많이 몰려 그런 게 아니고 앞에서 그 소리의 주인공과 운행증을 발행하는 담당자와의 승강이 때문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두 사람의 반복되는 대화를 들으며 참 갑갑함을 느꼈다. “떼”, 순간 이 단어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내가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반복되었음직한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자동차에 장애인 표지를 부착하고 다니는 사람이 그 표지를 들고 와서는 그걸 근거로 장애인인 어머니를 병원에 매일 모시고 가야 하니 운행증을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담당자는 장애인이라고 모두 해당 되는 것은 아니니 병원에 다니면 병원영수증 사본이라도 가져다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녀는 장애인표지판을 그에게 내밀며 “이거 여기서 발행해준 것인데 왜 안 됩니까?” 라고 소프라노 소리로 따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는 긴 줄 속의 사람들에게 미안하였는지 “몇 번 말씀드렸는데 자꾸 그러시지 마시고 최근 영수증 없으시면 예전 영수증이라도 가져 오시면 해 드릴게요.” 하였다. 그제야 그녀는 한 발 물러서 어디다 전화를 한다. 그녀가 물러서자 여러 사람들이 혼자 중얼 거리듯이 “병원에서 통원증명서 한 장 해 가지고 오면 간단할 일을...” 한다. 아마 그녀가 더 시간을 끌었으면 모두가 다 한마디씩 하였을지 모르겠다. 하도 답답하여 내가 그러고 싶었으니까.
이 이야기가 한 보름 전쯤의 일이니 시간적으로 그리 촉박하지도 않았고 장애인 어머니를 매일 병원에 모시고 간다면 병원에 간 김에 증명서 하나 떼어 제출하면 될 것인데, 아니 집에 있는 병원 영수증이라도 제출하면 해 준다고 하니 그리 하였으면 여러 사람 기다리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담당자 또한 제대로 일 하게 해 주었을 텐데 장애인 표지판만 들고와 운행증을 요구하는 그 소프라노 목소리에 길어지는 줄을 바라보며 담당자는 얼마나 당황하였을까?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뭔가 사실과 달라도, 사리에 닿지 않아도 “떼” 쓰면 이긴다는 이야기라 하겠다. 소프라노 소리에 요새가 아닌 예전 영수증이라도 있으면 가져오라는 담당자의 대답은 결국 “역시 목소리는 커야 되는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지만 간단한 서류 보완으로 쉽게 해결될 일에 목소리를 키우는 행위는 규정을 지키기에 앞서 “떼”먼저 쓰는 것 같아 허탈한 느낌을 주었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그녀가 담당자에게 다가와 주민센터의 팩스번호와 팩스로 제출해도 되냐고 물렀다. 아마 영수증을 가지러 가지 않고 팩스로 받아 제출할 모양이었다. “영유아동승”이라는 조건을 명기하여 운행증을 얻어 나오며 담당자가 앞으로 이런 일을 많이 겪을 것 같아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아들 내외에게 운행증을 건넸더니 “영유아동승” 조건인데 아이들이 안타고 있으면 걸리는 거 아니냐고 순진한척 묻는다. “걸리면 애들 데리러 간다고 하면 되지.”라고 대답하고는 사실 나도 그 조건이 자동차를 운행하는 시간에 아이들이 타고 있어야 한다는 것 같은데 이것도 참 어찌 해석을 해야 올바른 것인지, 아이가 타고 있지 않다고 단속을 하면 나도 목소리를 키워야 하나, 참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이 있고 며칠 후 운행증 발급으로 인하여 주민센터에 경우가 아닌 경우가 자주 일어나 운행증 발급업무를 구청으로 옮겼다고는 말이 들렸다.
2014년 9월 16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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