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아시안게임 이야기

korman 2014. 9. 30. 14:05

 

         사진 :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의 경기 (야구와는 달리 공이 어디로 가는지 잘 안보여 답답하였다)

 

아시안게임 이야기

 

인천아시안게임이 성화를 올린 지 열흘이 지났다. 인터넷으로 본 국내외 평가는 그간에 개막식부터 지금까지의 경기 운영에 있어서 긍정적인 평가 보다는 미진한 점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더 눈에 뜨인다. 행사라는 게 아무리 잘 하더라도 미진한 부분은 나타난다. 그리고 사람들은 잘한 면 보다는, 특히 자신이 불편을 겼었다면, 그 흠을 찾아 부각시키려 한다. 그런 면에서는 매스컴도 매 한가지이다.

 

개막식 다음날 인터넷에는 AP, AFP나 일본의 지지통신 등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고 하고 중국 어디에서는 연예인을 내세운 성화점화와 공연행사가 졸작이었다고 평가한 곳도 있다고 한다. 다들 기대하는 것도 다르고 느끼는 것도 다르니 긍정이 있으면 부정도 있기 마련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성화점화는 국가를 빛낸 체육인이 하였어야 하고 행사가 좀 가볍고 산만하였다는 느낌과 함께 개막행사는 좀 신중하고 장중하게 하고 연예인 공연은 폐막식에 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료경기장도 찾지 않는 내가 아시안게임에 대하여 뭔가 긁적거리는 것 자체가 열심히 준비하고 힘들여 진행하는 관계자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성공적인 마무리를 바라는 인천시민의 한 사람으로 인천에서 주최하는 국제행사에 여러 가지 흠이 잡히는 것에 마음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행사는 특정 도시가 개최하더라도 개최도시의 품격은 물론이려니와 그 도시가 속한 나라의 국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큰 행사에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그래서 월드컵을 치른 문학경기장을 놔두고 잉여시설이 될 수도 있는 주경기장을 새로 짓는데 대하여 부정적 견해들이 있었다. 어차피 모든 경기를 인천에서만 할 수 없어 종목마다 합당한 주변 도시의 시설들을 빌려 써야 하기 때문에 새 주경기장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사전에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여 그 비용을 정보, 안내 및 편의 시설물 설치나 대회운영에 반영하였다면 좀 더 질 높은 대회를 구상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해외 매스컴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은 “그들만의 게임”이라고 하였다 한다. 한국 국내용이라는 말이 되겠다. 이는 안내, 진행, 정보 등이 다양한 언어로 적시적소에 제공되지 못하고 각 경기장으로 향하는 교통에서도 불편을 겪은 외국 기자들의 견해이지만 그러나 그게 그들의 개인적인 투정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내 단편적 경험이 약간은 그들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주말아침 우리나라가 하는 남자 크리켓 예선을 보러갔다. 포털사이트의 지도를 보고 안내된 시내버스를 탔지만 버스 내에 부착된 노선도에는 지도에서 내리라고 안내된 버스정류장 이름은 없었다. 스마트폰 어플의 노선도를 보았지만 매한가지였다. 할 수 없이 운전기사에게 물었지만 그는 도리어 나에게 크리켓경기장 무어냐고 물으며 주경기장 앞에는 간다고 하였다. 사실 그 버스는 크리켓경기장 쪽을 지나갔지만 정류장 이름을 모르니 나는 그곳에 내릴 수가 없었다. 주경기장 앞에서도 경기장이 보이니 내렸을 뿐 버스에서는 아무런 장류장 안내방송이 없었다. 만일 각 경기장을 지나는 시내버스의 안과 밖에 경기장명칭, 경기종목 및 내려야 할 정류장명을 기재한 안내판을 붙이고 기사들에게도 최소한의 교육을 시켰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좀 더 손쉽게 경기장을 찾지 않았을까?

 

하여간 인터넷 지도상으로 크리켓경기장은 내가 내린 주경기장 서쪽 출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걸어가면 될 것 같아 주경기장 자원봉사자들과 보안요원들에게 위치를 물었으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현장지도를 찾아 살펴본즉 그곳은 주경기장 남쪽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지도의 남쪽 방향표시가 실방향과는 다른 동쪽으로 그려져 있어 사람들이 지도를 보면서도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있었다. 다행이 인천에 사는 나는 남쪽을 분간할 수 있어 경기가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나서야  경기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만일 주경기장 출입구에 현장지도와는 별도로 크리켓경기장의 방향을 알리는 팻말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사람들이 지도를 보면서도 그곳을 찾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아니 그 보다도 주경기장에서 몇 백 미터 떨어져 있지도 않은 그곳의 위치를 모르는 자원봉사자들과 안전요원들에 대한 섭섭함이 더 앞섰다.

 

크리켓경기장은 둥글었다. 그리고 관중석아래에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건너편 매점을 가는데 경기장 내의 보도를 따라 가지는 못하게 되어있었다. 중간에 VIP석과 다른 시설물이 막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니 매점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매점에 가려면 다시 밖으로 나가서 보안검색을 받고 매점 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밖으로 나와 원위치 하는데 또 보안검사를 받고 들어가야 했다. 보도의 중간을 막아놓아 그런 불편이 생간 것이다. 매점에서 밖으로 나와 가족이 있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밖의 원을 도는데 보안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들과 보안요원들이 스캐너를 밖으로 가지고 나와서는 그것으로 서로 장난을 치며 쉬는 모습이 보였다. 힘들게 일하니 쉬어야 하겠지만 스캐너까지 밖으로 가지고 나오면 출입구에서 보안검색은 무엇으로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그들 모두에게 지급된 개인장구는 아닐 텐데.

 

집으로 돌아오며, 인터넷에 올라오는 흠집들이 그런 것들을 집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외국 기자들의 개인적인 투정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씁쓸하였다. 뭐 그렇다고 모든 경기장에 다 그런 흠이 있는 것은 아닐 테니 앞으로 남아있는 경기들이 잘 진행되어 인천과 대한민국의 품격이 한층 높아지기를 바랄뿐이다. 오늘 아침에도 아랍어통역이 없어 아랍인 금메달리스트가 통역자원봉사를 하였다는 기사 제목이 인터넷에 진하게 새겨졌다.

 

2014년 9월 30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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