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휴가

korman 2022. 8. 4. 13:18

월미도-영종도간 뱃전에서 바라본 인천대교

휴가

 

출근시간보다 이른 아침인데도 주차장에 보이던 차들이 많이 안 보인다. 8월이 시작되면서 이웃들이 휴가라는 이름으로 집을 떠난 모양이다. 내 자식들도 집을 비운다는 연락이 있었다. 장마가 끝났다고 했는데 내가 사는 곳은 8월이 시작되며 참 요란하게 비가 내렸다. 천둥과 번개를 그리 시끄럽게 동반한 비는 살면서 지금까지 별로 겪어보지 못하였다. 그 요란한 빗줄기에 잠에서 깨어난 집사람이 비가 안 들여 칠 정도로 조금 열어 놓았던 창문을 슬그머니 닫았다. 창틈으로 번개가 들어올 것 같아 무섭다고 했다. 나 또한 내 옆에 떨어지는 것 같은 그리 요란한 천둥 번개에 괜한 걱정이 되었다. 지금은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옥상 옥탑 기계실 위에 설치된 TV안테나에 저 번쩍이는 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곧 그 옆에 피뢰침이 같이 설치되어있다는 생각으로 걱정을 접었지만 휴가간 아이들 생각까지 겹쳐 깨어난 잠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았다. 강원도로 휴가 간 자식들의 전화는 흐린 날에 간간히 이슬비만 왔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여름만 되면 ‘휴가철’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예전부터 모든 분야에서 여름에만 정기 휴가가 허용되었던 관례가 지금도 관습처럼 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자녀들이 방학을 해야 같이 움직일 수 있으니 그렇다고는 하지만 우리도 서양처럼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받을 수가 있다는데 아직 이렇게 모두가 같이 떠나야 하는지, 특히 8월초에는 그야말로 절정을 이룬다. 그러니 도로가 주차장이 되고 유명세를 탄 장소들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늘 같은 풍경이다. 모든 직장인들의 여건이 다 같은 건 아니지만 사실 요즈음은 정기휴가가 아니라도 토,일요일, 월차, 연차 등등하여 1년 내내 자신이 원하면 휴가를 낼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고 한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늘 단기간 어디론가 다녀올 수 있고 비행시간이 짧은 주변국에 해외여행도 가능해졌다. 비록 초등학교에 국한되었다지만, 학기 중에도 일정기간 부모와의 동행은 결석처리 안 하고 허용한다니 이제 한여름에만 몰려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아직 우리 8월의 태양은 다른 시기로 휴가를 선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한창 일할 시기에 외국 상대에게 연락을 하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종종 뜬금없이 이메일 자동 답신이 왔었다. “00까지 휴가 중이다. 돌아와서 연락 하겠다”. 그 기간이 최소한 15일 이상이었다. 우리 회사들의 경우 누가 휴가가면 그가 하던 일을 그 기간에 대신하는 동료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에게 진정한 휴가는 어떤 것이라는 걸 가르쳐 주는 듯 일을 대신해 주는 동료도 없었다. 그러니 상대편이 돌아올 대까지 하던 일은 중단이 되는 것이다. 요즈음 직장에서 우리도 그리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건대 우리는 지금 휴가처에서도 일을 하는 것 같다. 너무나도 발달된 통신 때문이라 생각된다. 몸이 가담을 하여야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경우지만 대다수의 사무실 직장인들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에 있건 필요하면 화상회의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실상 일과 휴가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예전 핸드폰이 없었을 때는 휴가를 가면 사실상 누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이 안 되었으니 진정한 휴가를 즐길 수 있었겠지만 소위 ‘삐삐’라는 호출기로부터 시작된 발달된 통신 서비스가 직장인들을 붙잡고 놔주질 않게 되었다. 반면 자기사업을 하는 사람들이야 필요한 자료를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어디에 있건 인터넷 다 연결되니 자리를 비운다고 거래처 연락 걱정할 필요는 없으니 이 아니 좋을시고.

 

프랑스에서는 ‘8월 한 달 휴가’를 위하여 11달을 일한다고 한다. 그게 전에 많이 유행하던 말 ‘바캉스’라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도 여름에 휴가를 많이 떠나는지 8월이 되면 파리 시내에 파리 시민들은 없고 대신 관광객이 채워진다는 말도 있었는데 어찌되었건 휴가라는 것이 각 나라 사정이나 국민성에 따라 다르니 우리는 왜 이렇게 몰려 다녀야하느냐고 따질 건 못된다. 가끔 TV를 보면 휴가지에서 아주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는 서양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질 때가 있다. 어떤 서양인들은 아예 핸드폰 같은 것은 가지고 떠나지도 않는다고 한다. 우리도 어디로 휴가를 갈 계획이냐고 물으면 한가한데로 가서 쉬었다가 오겠다고 답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결국은 이름난 곳, 복잡거리는 곳으로 방향을 트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기네스북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바다를 볼 수 있는 시야를 전부 가리며 비치파라솔을 마구 설치하는 해변이 휴가지로 적당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어딜 마음대로 가지 못하자 바캉스에 빗대어 호캉스도 나오고 방카스도 나왔다. 휴가(休暇)는 직장이나 하교 등에서 틈을 내어 쉬는 것이라는 풀이가 있다. 그러나 가끔 우스갯소리로 休家라 쓰기도 한다. 집이 쉬어야 하니까 사람이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우리도 TV에 나오는 서양인들처럼 해변에서 책이나 볼 수 있는 한가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기 바란다. 나는 지금 “포구기행”이라는 책 한 권 들고 방카스를 하며 남녘 포구를 즐기고 있다.

 

2022년 8월 3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_sI_Ps7JSEk 링크

New York Jazz Lounge - Bar Jazz Class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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