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오래 머물러 있어라
열어 놓은 아침 창문으로
훅 하고
뭉쳐진 바람이
몰려들어오며
선풍기 바람과 마주쳤다.
순간 흡사
무협영화의 장풍이 부딪는
펵 소리가 났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회색구름 짙게 드리웠던
하늘 옆구리가
검은빛으로 바뀌었다.
이런 모습엔
창문밖에 얹어놓은
비가림막에서 곧
후드득하고
크고 굵은 소리가 들려야하는데
이상하게 바람만
툭툭 들어온다.
에어컨은
손주라는 비밀번호가 있어
나는 작동을 못한다.
마누라는 부채가 좋다며
손주들이 안 오면
여름 내내 쉬게 하라는 명이니
그래 나도 뭐
에어컨에 미련이 없다고 하곤 있지만
내심
이러려면
거실도 크지 않은데
저건 왜
한 자리 내어주었을까
마누라에 시비라도 걸고 싶다.
비가 오면
비를 섞은 바람이
훅 쳐들어 올 테니
그래
비는 관두고
그 시원한 바람만 불어라
오늘같이 흐린 날
하루 종일 바람만 분다한들
누가 흐림을 탓하리요.
컴퓨터 하단 날씨알림에
‘비 곧 그침’이라 나온다.
내 창에 비는 아직 보이지도 않는데
그친다 하니
이제 여기에 내릴 차례인가보다
생각하였더니 아니나 다를까
훅 치던 바람은
지금 폭우에 밀려나고
난
창문을 닫을까 말까
내 생각을 저울질 하고 있다.
그래도
빗줄기 내방 염탐 안하고
아직 창밖에 머물고 있으니
열린 창곁의 시원함은
좀 오래 머물려나보다.
2022년 8월 8일
하늘빛
음악 : https://www.youtube.com/watch?v=gCdjdLo-7-4 링크
Andre Gagnon Love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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