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6

겨울비

겨울비 도시에 겨울비가 내린다. 3일 동안 굵은비, 가랑비, 이슬비, 안개비 오늘도 해는 나오지 않았다. 봄이 오나? 겨울에 비가 내리면 봄을 재촉한다는데 설도 안 지난 한 겨울날 봄은 아직 먼 발취에 있을 텐데. 시골에도 비가 내리면 논에 언 얼음 녹아 아이들 썰매 탈 데가 없어질 텐데 그래도 비가내리면 물 없는 논에도 비고여 다시 추운 날 더 넓은 얼음 생기겠지. 도시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타이어 아스팔트 먼지 섞인 검은 물 흐르는 건 매한가지 그래도 겨울엔 비보다 눈이 좋은걸. 2023년 1월 15일 하늘빛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8THVhOmaDdQ 링크 The Elegance of Pachelbel - S..

철부지

철부지 어느덧 11월도 며칠 남지 않았고 이제 12월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그저 이야기 하던 버릇대로 ‘세월은....’을 읊을 것이다. 매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보다는 같은 세월을 놓고 뭔가 다른 말이 없을까 생각해 보지만 뭐 신통한 건 떠오르지 않는다. ‘구관이 명관’이라 하듯 이것도 ‘구작이 명작’인 모양이다. 아무튼 달력은 어느새 마지막 장을 보인다. 동네 금융기관이나 안경점에서 새 달력을 받아 가라는 문자가 왔다. 그러나 선뜻 받으로 가는 게 내키지 않는다.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달력을 인식해서가 아니라 세월 가는 게 반갑지 않은 나이가 되었기 때문 일게다. 사람들은 아직 “지금은 늦가을이지”라고 말하지만 계절은 이미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을 지났다. 그런데 길거리엔 아직 반팔 옷차림을 ..

함박눈 내리면

함박눈 내리면 마른 잎 가득한 겨울 평원에 함박눈 내리면 시간이 멈춘 듯하다. 들판의 짐승도 하늘의 새도 속세의 인간도 짐짓 발자욱 남기기 망설여 설원엔 시간의 흔적이 없다. 너울 밀려오는 바닷가에 함박눈 내리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눈 속에 묻힌 듯하다. 파도 부딪는 바위의 울림도 포말 속 모래의 부딪침도 먹이를 찾는 갈매기 울음도 소리 없이 쌓이는 눈에 모두 덮여진 듯 바람조차도 숨을 죽인다. 세상이 잠든 눈밭에 달빛 내리면 달빛은 눈 위에 녹아들고 눈밭은 푸르스름 달빛으로 변한다. 달빛 스민 눈엔 번뇌마저 녹아들 듯하다. 도시엔 눈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시의 눈엔 세상의 온갖 잡티가 다 섞여 내리는 것 같다. 도시의 발에 마구 밟히고 소금에 절여지며 천덕꾸러기로 버려진다. 그래도 눈이 오면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