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질서라는 것

korman 2007. 3. 18. 23:08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기초질서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 질서라는 것은  작게는 개개인과 가정은 물론 크게는 사회와 국가와 전 세계를 지탱해주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라 하겠다.


질서는 각 개인의 스스로 생각에 의하여 지켜지는 것도 있지만 서로의 약속 혹은 정해진 규율이나 법에 의하여 통제되는 것도 있다. 어느 경우이건 이 세상의 모든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는 바른 생활을 위하여 스스로 혹은 강제로 결정하여 시행하는 일들이다.


우리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상식과 도덕과 윤리와 양심에 입각한 생활을 한다면 성문법이라는 것이 존재할 필요가 없겠지만 세월이 가면서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개개인이 자신만을 위한 질서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늘어감에 따라 질서유지를 위한 법도 생겨나게 되었다.


질서(秩序)의 사전적 의미는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하는 차례나 절차” 라고 나와 있다. 이런 사전적 의미를 생각하지 않아도 무슨 일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하여 우리가 지켜야 할 일들은 무한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것이 “줄서기” 인데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어디를 가나 기다리는 곳에는 줄서기가 만들어져 있다. 가끔씩 인천 송도의 오피스텔 분양 때처럼 정작 필요한 시간에 엉망이 되어 인간들의 욕심이 추하게 들어날 때도 있지만.


이제 우리 생활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데 줄을 서지 않고 자신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가끔씩 대한민국의 용감한 아줌마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대표적인 줄서기가 길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다. 시내버스에는 그 특성상 줄이 형성되지 못하지만 시내에서 특정지역 시외로 나가는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생겨난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매우 긴 줄이 형성되는데 줄서기는 좋은데 줄서는 방법에는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의 줄서는 방법은 버스 정류장 팻말을 중심으로 우선 인도를 가로질러 서기 시작하며 인도 끝의 건물이나 어떤 시설물로 인하여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 경우에만 90도로 꺾여져 인도나 차도를 따라 이어진다. 따라서 인도를 가로질러 선 줄은 인도를 오가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방해하여 통행의 질서를 깨뜨리는 결과를 만든다. 만일 처음부터 인도가 가는 방향을 따라 줄을 선다면 아무리 긴 줄이 형성되어도 다른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경우 가끔씩 몸을 90도로 틀어서 서 보지만 내 뒤쪽으로 줄을 서는 사람들은 없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줄을 어떤 방법으로 섭시다 라고 할 수도 없어서 보통은 그냥 가는대로 따라가고 있다.   


우리가 지켜야하는 매우 중요한 질서중의 하나가 교통질서이다. 이는 지키지 않으면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통질서의 대부분은 법으로 정해놓았다. 사람과 차량이 공존하는 질서이다 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 질서는 정해진 약속대로 지키기만 하면 그 문제의 대부분이 사라진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 인하여 경찰이 단속에 나서게 된다. 우리는 가끔씩 경찰이 함정단속을 한다고 항의하고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비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에 관하여서만은 어떤 항의나 비난에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함정단속을 하여도 주어진 약속을 지키면 단속당할 이유가 없을 테고 이러한 단속이 본인과 타인의 생명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에 이론을 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정이란 존재를 깨뜨리는 것 중에 가장 큰 이유가 성질서의 문란이다. 어느 아침방송에서 진행자들이 조사결과 많은 가정주부들이 애인을 두고 있는데 이 애인의 대부분이 유뷰남이었다며 제발 가정을 지키자는 마지막 멘트를 남기는 것을 보고 얼마나 심각하기에 아침방송에서 저런 멘트를 할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비록 이러한 조사 결과가 아니라도 시내 곳곳에, 길거리에, 주택가에, 학교앞에, 산속에, 들판에, 해변가에, 강가에, 논밭 한 가운데 등등에 마구잡이로 들어서 있는 모텔들은 우리의 성질서 문란을 대변하는 시설들이 아닐는지. 과연 어느 나라에 누가 봐도 뻔한 이러한 공개적인 시설들이 장소를 불분하고 학교앞가지 마구잡이로 들어서 있을까. 이제는 팬션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숙박시설도 이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한다.


秩序라는 한자적 의미는 줄을 서는 데에 기초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차례秩 차례序라고 훈이 매겨져 있는데 秩은 곡식을 차곡차곡 쌓아놓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고 序는 집의 담장이 곧게 뻗어나간 데서 그 어원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질서라는 것은 지키지 않으면 이루고자 하였던 것이 무너져 버린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질서가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진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修身齊家 後 治國平天下”라는 말은 이러한 기초질서에서 시작되는 말은 아닐는지.


영어에서의 질서는 ORDER라고 한다. 그러나 이 ORDER라는 단어에는 무언가를 주문한다는 의미와 누군가에 무엇을 명령한다는 의미가 동시에 담겨져 있다. 우리는 서양 사람들의 질서의식을 배워야 한다고 가끔 이야기 하지만 이들이 그렇게 된 것은 강제성이 우선하였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ORDER라는 단어에 같이 포함된 주문과 명령의 의미가 이를 뒷받침 한다고 이야기 한다면 나만의 역설인가!


이 세상에 법에 의하여 강제로 통제당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일 우리 모두가 같이 사는 사회를 위하여 늘 상식과, 도덕과, 윤리와, 양심에 의한 생활을 하고 修身齊家만 잘 하더라도 법에 의하여 강제로 자유를 통제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여인, 아름다운 생각  (0) 2007.04.12
영어로 말한다는 것  (0) 2007.03.24
커피 한잔의 아침  (0) 2007.03.06
3.1절에  (0) 2007.03.02
소주 한잔에 전철을 타고  (0) 2007.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