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606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세월이 흐르면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 많은 것들이 변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변하고 그와 관련된 부차적인 것들도 변한다. 심지어는 기후까지도 변하여 지금은 사과의 산지가 강원도까지 올라갔다고 하고 귤의 산지도 충청도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예전 만화에서나 그려졌던 공상적인 것들이 현실화되는 시대가 되었다. 유행이라는 단어를 좇아 정기적으로 돌고 도는 것들도 있지만 그 많은 변화들 가운데서 변화되지 않고 굳건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것들도 있다. 이러한 세월에 따라 변화하는 것들의 선봉에 선 군상이 우리 인간일 것이다. 동물군이 모두 그렇듯이 인간도 세월 따라 쇠퇴라는, 즉 늙는다는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소멸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것은 자신은 쇠퇴..

5월 이야기

5월 이야기 하늘 바다 맞닿은 수평선 그리워 5월의 바람 찾아 거리로 나왔더니 바람은 가로수 새잎 끝에 올라있고 내 머리엔 잉크 빛 하늘만 내리네 하늘 끝 먼 발취에 피어난 흰 구름 5월에 눈 내린 듯 거리에 새로 핀 이팝 조팝나무 하얀 꽃송이 닮았구나 손 내밀어 잡지 못하니 그리움 되겠네 집 앞 길모퉁이 네모난 빨간 우체통 정겨운 손편지 하나 가득 채워졌을까 봄날 흘러가는 5월의 아지랑이 속에 넘치는 세월 이야기는 추억이 되겠네 동네 한 가운데 작은 공원 작은 놀이터 아이들 웃음소리 5월 하늘에 피어오르고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들 걱정하는 소리에 줄 매인 강아지는 괜스레 짖어대는구나 2022년 5월 16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GcEL3p6Nmo..

지금도 그 때 같으면?

지금도 그 때 같으면? 오늘(5월8일)은 ‘어버이 날’이다. 어버이를 위하는 일이야 날을 정해놓고 하는 건 아니지만 많은 나라에서 어버이를 생각하는 특별한 날들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야 요새는 부모를 합쳐 ‘어버이 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에는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날이 다른 날로 각각 있다고 한다. 본디 5월8일은 ‘어머니 날’이었다. ‘아버지 날’이라는 게 없어 남자들이 좀 못 마땅했는지 어버이를 통째로 기리자는 핑계(?)로 1973년에 ‘어버이 날’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게 1970년 2월이었으니 어려서부터 청소년기까지는 학교에서 매년 ‘어머니 날’을 기념하는 아침조회와 행사에 참석하였다. 그 당시 행사 때에는 어머니가 있는 아이들과 없는 아..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늘 매년 봄꽃이 피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노래의 제목이다. 4월이 오면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를 떠올리듯 또 그렇게 생각나는 노래 제목이 이 ‘봄날은 간다’이다. 4월은 피어나는 꽃들이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달이다. 봄은 4계절의 하나이니 가면 내년에나 다시 오지만 봄날을 따라 피기 시작한 꽃들은 여름, 가을, 겨울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니 꽃들은 봄이 가는 것을 섭하게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도 봄날이 간다고 하는 건 노랫말의 의미를 떠나 사람들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가버리는 데 대한 아쉬움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봄날이 한창인 요즈음, 4월이 가면 봄날이 가는가보다 생각나는 요즈음, 내 전화기의 카톡이나 문자엔 평년보다 많은 소식이 도달하였다..

4월은 잔인한 달

4월은 잔인한 달 시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4월이 오면, 특히 4월에 자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는 “4월은 잔인한 달”이라 말을 한다. 어디서 나온 문구인가는 따질 필요도 없다. 알건 모르건 이 구절은 4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떠올리는 문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구절은 미국계 영국시인 T.S.엘리엇의 ‘황무지(荒蕪地The Waste Land)’라는 장시의 ‘죽은자의 매장’편에 쓰인 첫 구절로 많은 사람들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 기억하고 있지만 실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April is the cruellest month)”로 번역되고 있다. 난 매번 4월이 오면 잔인하건 가장 잔인하건 간에 이 4월이 그 시인에겐 왜 잔인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 늘 궁금하였다. 시 전편을 ..

앨범과 액자

앨범과 액자 가끔 TV를 보면 추억 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이든 사람들이 종종 앨범을 꺼내 그 속에 간직해둔 옛 사진을 보여주곤 한다. 디지털이라는 게 생기기 전에는 모두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고 그걸 인화해서 간직해야 했으니 어느 집이나 앨범 몇 개씩 없는 집이 없었다. 요즈음처럼 팬시점에서 파는 작고 예쁘장한 앨범이 아니라 이런 구식 앨범은 크고 무겁기까지 해서 이사 다닐 때도 불편한 짐이 되기도 한다. 아마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의 사진을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저장하니 앨범하면 사진을 간직하는 것이 아닌 가수들의 노래집 CD, 그 앨범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 집에도 그런 구식 앨범이 몇 개씩이나 있다. 방송 출연할 일 없으니 꺼내 볼 이유도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이 모두 그렇겠지만 ..

봄눈

봄눈 꽃이었다네 봄 어귀에 피어난 꽃 화마가 훑고 간 산야에 그려진 먹그림 속 진정한 꽃이었네. 화염에 타버린 할미 마음 꽃으로 닦아주려 하였나 상처 입은 뒷마당 꽃 되어 덮어주려 하였나 햇빛 아래 봄볕 온기에 세월보다 빠르게 졌다한들 꽃이 아니라 뉘 말 하리요 가슴엔 영원한 잔영인 것을 모습 없으니 졌다한들 대수로냐 만물 소생의 감로수 되어 흐르는 시간 따라 그을림 덮을 천연색 수채화의 밑그림되리라 2022년 3월 20일 봄눈 내린 후에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gTb_XHoT4D0 링크 사랑 그대로의 사랑 Love as it is (Piano)

멍석

멍석 우리 속담 중에 ‘하던 짓도 멍석 깔아놓으면 안 한다’라는 게 있다. 좋은 행동에 대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주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에 빗대는 속담이다. 아마도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여 그 짓을 멈추게 하려던 옛사람들의 고품위 아이디어로 보인다. 가끔 손주들이 모이면 어미 아비 외에 형제나 다른 식구 없이 혼자인 외손자 녀석이 누나들과 외삼촌 식구들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누나들이 자기 기준에 맞추어 놀아줄 것을 요구한다거나 그렇지 않으면 누나들이 하고 있는 것을 방해하거나 소란을 피울 때가 있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관심을 보이면 더 기승을 부린다. 아비나 어미가 혼자 방으로 데리고 가 문을 닫고 혼을 내도 별로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형제 없이 혼자 자라고 있는 부작용인..

일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일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올해엔 한 달에 적어도 한 권의 책은 읽겠다고 작정을 하고 며칠 전 4번째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책의 이름이 ‘일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이다. 2010년 3월에 나온 책이니 12년이 지났다. 처음 읽는 건 아니지만 10여년이 지나고 나니 무슨 내용이었는지 처음 대할 때와 다름이 없다. 잭을 쓰신 분은 일본에서 공부도 하고 책이 출간될 당시 교수직에 있으며 20년의 세월을 일본에서 보낸 분이라니, 나는 물론 그리 생각했지만, 누구나 그는 일본인이 다 됐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20년이 지나서야 일본 사회에 좀 적응이 된다고 쓰고 있다. 제일 가까운 이웃나라지만 그만큼 우리와는 문화적인 차이가 큰 모양이다. 비록 한 번에 단지 일주일 이내로..

봄은 여태 달력에

봄은 여태 달력에 동녘 볕 좋은 창가의 군자란 삐죽이 얼굴 내민 주황색 꽃잎에 이제 봄이려니 현관을 나서는데 골목이 몰아온 차가운 바람에 아직은 때가 아니로구나 차진 볼 감싸고 되돌아 왔네. 창문 흔들림에 훈풍이려니 잔가지 흔들림에 춘풍이려니 무거운 겨울옷 성급히 벗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거리에 나서다 휙 몰아치는 회오리바람 한기에 옷깃 여미고 되돌아 왔네. 입춘이 지났으니 봄이라 하였던가 우수 경칩 지났으니 봄이라 하였던가 작년 여름 맹꽁이 울던 동네공원 연못 마른 갈대는 여전한데 고인 물 없으니 개구리 선잠 깨어나 어디에 기댈고 언 땅 녹여줄 봄비 소식 어디 있을까 시간은 여태 달력 속에 잠자고 있구나. 2022년 3월 4일 하늘빛 음악: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